미국에서 아시아가 지금처럼 무게있게 종합적으로 조명받았던 때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시애틀에서 열렸던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은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만하다. 이번 APEC정상회담을 가장 상징적으로 전해주는 대목은 한줄로 늘어선 아시아·태평양지역 지도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지도자의 대다수가 우리와 비슷하고 친근감을 주는 동양인들의 얼굴이다. 오히려 클린턴 미국대통령이나 크레티앵 캐나다총리같은 서양인의 얼굴이 이질감을 주었다.
그것은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국제회의를 압도하는 코커서스인종(서양인)들의 얼굴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세계의 부국지도자들이 모이는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을 우리는 매년 보아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의 지도자들 사이에 끼인 한 사람의 동양인(일본총리)의 모습은 언제나 이질적인 인상을 주었다.
우리는 지난 80년대부터 「환태평양시대」라는 말을 들어왔다. 당시 그런 말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으로 들렸다. 그러나 10년후 태평양시대는 말뿐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등이 산업혁명직후의 유럽국가들처럼 약진하기 시작했다. 미국도 아시아를 소비시장으로 보고있다.
이런 역동적인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떻게 될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되고 있다. 미국에서 보면 한국은 중국의 경제도약과 일본의 선진기술사이에서 대단히 어려운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발흥하다 주저앉은 예를 들때 아르헨티나가 흔히 거론되지만 우리는 가까운 필리핀의 예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30여년전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가깝게 일본을 따라가는 신흥국이었으나 지금은 지각생이 되어 있다. 태평양시대는 기회임과 동시에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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