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8차남북고위급회담때 대표단의 일원인 이동복안기부장특별보좌관이 대통령의 훈령을 묵살·조작했다는 이부영의원의 폭로·주장은 감사원이 곧 직무감찰에 나서기로하고 민주당이 진상규명청문회결의안을 국회에 냄으로써 정치문제로 비화했다. 이는 대북관계의 중요기밀과 전략수행과정의 잘잘못을 밝혀내는것인만큼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진상은 철저히 가리되 어디까지나 비공개로 이뤄져야한다. 결코 이번 시비가 장차의 대북협상전략을 자해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 묵살·조작설의 주장은 이렇다. 작년9월 평양서 열렸던 고위급회담서 북한측이 이인모씨송환에 크게 집착하자 대표단이 협상조건을 청훈했고, 정부가 노태우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이산가족교환방문의 정례화·판문점면회소설치·동진호선원송환중 북한이 2가지에 동의할 경우 합의를 해주도록 훈령을 보냈음에도 이특보가 이를 묵살, 독자적으로 안기부에 연락하여 「3항모두 관철」이란 괴전문을 받아 제시함으로써 회담이 결렬됐다는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조작설이 제기된 데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않을 수 없다. 첫째는 국가중요기밀인 대북관계전략이 경위야 어떻든 공개적으로 거론되었다는점이다. 둘째는 묵살·조작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항명·월권내지 직무유기일뿐더러 국책수행을 저해한 행위인만큼 철저히 책임을 가려야한다는점이다. 셋째 안기부는 작년9월 대표단귀환후 훈령전달지연문제가 제기되자 자체조사에 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었는데 이처럼 「조작」주장까지 나오는것은 당시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는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넷째는 국가의 고급기밀인 대북고위당국자의 보고서가 어떻게 공공연하게 누출될 수 있는지 개탄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 문제가 왜 1년이 지난뒤, 또 새해예산안을 심의하는 시점에서 제기됐는가에 의문을 갖게 된다. 첫째는 남북회담및 대북관계업무수행을 둘러싼 관계기관간의 주도권다툼을 생각할 수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뒤에도 대북문제에 관한 안기부의 영향력이 압도적인데 따른 반발의 일환으로서 이른바 강온론대립의 결과라는것이다. 둘째 6공시절 남북정상회담추진과 관련, 김종휘 당시 청와대 안보수석― 림동원차관측과 안기부― 이특보측 사이의 갈등·대립의 연장전이라고 할수있다. 셋째는 현정부 안에서 대북유화논과 경계논이 사사건건 맞서고 있는 현상에 대한 장외 진보세력으로부터의 응원으로도 해석된다. 넷째는 이특보의 개성과 자세에서 연유되는 문제점을 들수있다. 가장 오랜 대북관계 경험과 자신감으로 타기관·인사들에게 독선적인 인상을 주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다섯째 안기부법개정에 앞선 야당의 대안기부 공세의 일환으로 정치적인 고려도 가미됐다고 봐야할것이다.
아무튼 대북정책업무가 처음으로 직무감찰까지 받게된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일이라고 본다. 국민의 외혹을 씻고 또 국가기강을 확립하기위해서도 우선 가감없이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 아울러 감사원은 기밀을 누설시킨 경위를 철저히 밝혀 그 부분의 책임도 함께 추궁하는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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