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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립극단 비브제제 「미스 줄리」/김윤철 세종대교수(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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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립극단 비브제제 「미스 줄리」/김윤철 세종대교수(연극평)

입력
1993.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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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숭엄미 무대 압도 올 하반기 서울 무대에 유럽에서 직수입한 연극들이 줄지어 소개되고 있다. 프랑스 발라툼극단의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처럼 완제품이 수입공연되었는가 하면 국립극단의 「앙드로마크」 「여관집여주인」등의 경우처럼 프랑스 이탈리아등 작품의 원산지로부터 연출가를 초빙해 한국의 배우들로 조립생산한 기술제휴공연도 있었다. 지금 산울림소극장에서는 폴란드의 국립극단인 비브제제가 「미스줄리」를 공연하고 있고 또 12월초에는 호주의 플레이박스극단이 실험적인 「리어왕」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의 국제교류는 한국연극의 지평확대와 기술개발을 위해서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이태전에 이미 「칼리귤라」를 통해서 실험적인 공간구성과 강렬한 무대정서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비브제제극단이 이번 「미스줄리」공연에서는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해준다. 스웨덴이 낳은 천재극작가 스트린드베르히의 「미스줄리」는 삼각관계의 틀안에서 성과 신분의 화해,  갈등 및 충돌을 그린 자연주의극의 대표작이다. 극은 어머니로부터는 남자를 증오하고 아버지로부터는 여자임을 부끄러워하도록 양육받아 극도의 정체혼란에 빠진 귀족의 딸 줄리(도로타 콜락)와 하녀 크리스틴(마제나 니예츄야 우르바스카)의 약혼자로서 신분상승을 열망하는 동물적인 하인 장(야첵 미코우아이착)이 금지된 사랑놀이를 벌이다가 성과 신분의 벽을 끝내 극복하지 못해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 과정을 집약한다. 그러나 이 공연의 연출자 크리스토프 바비츠키는 줄리로부터는 귀족적인 체취를, 장으로부터는 하인으로서의 사회적 제스처를 제거함으로써 정치적주제를 사랑과 야망의 인간드라마로 확대시킨다. 신분의 벽이 허물어진 이 시대를 위한 현대적 해석이겠다.

 세남녀 사이의 얽힌 애증관계를 도해하기 위해 연출자 바비츠키가 구사하는 치밀하고 다양한 긴장의 미학은 가히 압권이다. 태풍전야와 같은 정적인 긴장, 분출하는 용암처럼 격렬한 긴장, 내연하는 증오를 간신히 숨기는 위태로운 긴장, 신분을 초월한 파격적사랑의 광란적 긴장들이 완벽한 비극적 리듬을 타고 현란하게 펼쳐진다. 음의 높이와 색조 및 크기를 다양한 콤비네이션으로 구사하는 배우들의 언어표현은 차라리 한편의 교향곡이다. 절제와 폭발, 섬세와 대범을 동시에 담는 그들의 동작언어 또한 위대한 웅변이다. 최소의 장치와 도구로 극의 정서를 훌륭히 섬긴 미술, 가난하면서도 부유한 표현력을 보여준 조명 음악 음향등 모든 기술적 측면이 연출의 개념과 잘 화합하고 있다. 서울에서 이만한 수준의 연극을 보기란 쉽지않다. 고급문화의 향수를 희구하는 일반관객과 자기발전에 진지한 연극전문가들이 꼭 봐야할 격조높은 감동의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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