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전문가들은 한 국가의 국제화수준은 해외경제뉴스가 어느정도 그 나라 주요매스컴의 머리기사로 취급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제화수준은 상당하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그렇다. APEC(아태경제협력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EC(유럽공동체)등 일반국민들로서는 다소 생소한 용어들이 연일 주요신문의 1면톱을 차지하고있다.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51.8%(92년 기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도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우리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제경제문제와 관련된 여러가지 움직임의 내용과 파장을 정확히 분석, 일반국민에 알리고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는 일이 될것이다. 사태파악에 대한 냉정함과 균형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점에 있어 우리정부의 대응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것 같다. APEC회의에만 너무 매달린 나머지 우리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NAFTA나 UR에 대한 대책은 소홀히 하고 있기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결실을 내기 어려운 APEC에 대해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강력한 구속력을 갖고 출범하는 NAFTA EC UR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에 관해서는 과소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다. UR의 최대쟁점인 쌀시장개방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당국자들은 쌀시장개방 절대불가입장만 되풀이한채 별다른 대응책마련을 포기한 분위기다. 『미국이 봐 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UR협상이 전격 타결되어 「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의 그물에 걸려 쌀시장개방이 강제화되면 『사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나자빠져버릴 작정인것 같다. 냉정히 말해 APEC은 멀리 있고 NAFTA UR는 가까이 있다. NAFTA와 UR가 갖는 파괴력을 무시해 버리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오히려 APEC회의를 국제경제사회의 냉혹함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홍보하여 국제화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것이다. 외투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서 겨울이 안오는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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