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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경제」국제화 교두보 마련/APEC정상회담 성과·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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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경제」국제화 교두보 마련/APEC정상회담 성과·의미

입력
199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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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과 「아태경제 빅」 인정/쌀 등 농산물 개방압력 일단 저지 우리나라는 제5차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를 통해 「신경제」의 국제화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세계경제가 블록화되어가는 대세속에서 그동안 외톨이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우리나라는 APEC구성원의 핵심국가중 하나로 자리를 굳힘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것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과 함께 태평양경제권의 「빅 4」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미국은 세계경제의 공룡으로 발전하고 있는 유럽공동체(EC)에 맞서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결성에 성공한데 이어 APEC강화에 발벗고 나섰고 이는 우리나라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우리나라가 자연스럽게 주도국중의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APEC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 「협력있는 경쟁」을 APEC경제체제의 새로운 기조로 제시한 뒤 ▲자유무역주의 확산을 위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연내타결 ▲대외경제활동의 정부규제 완화 ▲경제발전단계가 다른 나라들간의 경제협력 ▲경기침체회복과 무역불균형해소를 위한 경제정책협조 ▲APEC의 경제공동체발전 전환가능성 검토등 아태경협 5대과제를 내놓아 많은 공감을 얻었다. 김대통령은 APEC정상들로 하여금 APEC이 과거와 같은 「느슨한 경제협의체」가 아니라 「실천력과 짜임새를 갖춘 경제협의체」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것이다. 정상회담이 끝난뒤 발표된 「경제비전성명」은 김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공식확인해준 문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우리의 입장이 전폭적으로 수용됐다. 클린턴미국대통령은 회담이 끝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들 사이에 공동체정신이 증가하고 있다』고 선언한뒤 ▲UR협상 다음달 15일까지 타결다짐 ▲투자 및 무역장벽완화 ▲APEC위상강화등을 강조했다. 클린턴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아태지역이 분단되지 않은 통합체가 되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말해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APEC협력사업의 하나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기술이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테크노마트(기술시장)개최와 직업훈련프로그램설치를 제의, 관철시켰다. 이 두 프로그램은 내년부터 실행에 옮겨질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내년초 인도네시아에서 공식발족될 무역투자위원회(TIC)의 초대 의장국으로 결정됐다. 또 민간차원에서 무역·투자촉진방안을 모색해 나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기구로 기업인들로 구성된 「태평양비지니스포럼」이 발족된다. 우리나라는 94년 인도네시아(결정), 95년 일본(예정)등 매년 열리게 될 APEC정상회담이나 재무장관회의, 각종위원회등 향후의 APEC활동에 있어 명실상부하게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을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쌀시장개방문제와 관련, 미국의 개방압력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것도 우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것을 뜻한다. 미국 호주등 농산물수출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채택한 UR선언에 「모든 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문구를 집어넣어 우리나라의 쌀시장개방절대불가방침을 원천적으로 묵살하려 했으나 우리나라는 막후협상을 통해 이 문구를 뺀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비전성명」도 농업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 UR협상에서의 쌀시장개방불가방침이 관철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강력한 쌀시장개방압력국인 미국의 주장을 1차 저지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APEC에 대해 「장밋빛 환상」만을 가져서는 안된다. APEC이 아태지역국가들을 한데 뭉치게 하여 단결된 힘을 발휘하게 하는데는 현실적 난관이 겹겹이 쌓여 있을뿐만 아니라 난관을 극복한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상당히 긴 시일이 걸릴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NAFTA EC등과 같은 배타적인 경제블록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APEC구성원의 이질성을 보면 그 한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세계 최강의 선진국에서부터 개도국, 후진국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의 경제발전 격차가 너무 크다. 또 인종 언어 종교 문화등의 이질성도 심하다.동질성이라고는 「경제발전에 대한 욕구」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적으로도 거대한 태평양을 가운데 두고 천지사방 흩어져 있다. 여타 경제블록들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결정적인 취약점을 하나 갖고 있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APEC구성원이 나름대로의 강력한 지역블록을 하나씩 형성, 팀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단기」로 뛰고 있다. 미국중심의 NAFTA, 아세안국가중심의 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등은 바로 대표적인 APEC내의 내부블록들이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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