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KAL서 삼성항공으로/“투자비손실·신뢰성 먹칠” 업계 철회 주장 차세대의 유망사업분야인 항공산업이 정부의 원칙없는 정책으로 제대로 날기도 전에 난기류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형전투기(KFP) 기종선정을 놓고 F18과 F16사이를 오락가락하며 불필요한 힘의 낭비를 초래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항공기 엔진제작업체를 전격적으로 변경함으로써 국내 항공산업에 일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21일 관계당국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군 전력증강계획에 의해 생산되는 UH―60(일명 블랙호크)헬기 2차사업의 엔진조립업체를 대한항공에서 삼성항공으로 변경 통보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공보관실은 『엔진제작업체의 변경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국방부장관의 직인을 찍어 업계에 보낸 「사헬 24500」공문에 따르면 국방부는 UH―60의 T―700엔진조립업체를 삼성항공으로 전환해 부품가공과 조립·검사·시험을 전담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이 공문에서 기존 T―700엔진을 생산해온 대한항공에 대해 미국의 GE사와 맺은 엔진면허계약을 삼성항공으로 넘기고 정부자산은 국방 품질관리소로 반납하는 한편 관련장비와 기술자료등을 삼성항공에 유상으로 인계할것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대한항공이 이같은 지시를 이행치 않을 경우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삼성항공에 대해 대한항공의 면허권을 양수하거나 새로 면허계약을 맺고 엔진부품의 국산화와 엔진조립생산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는 이같은 조치의 배경을 「생산관리와 경제성및 전문계열화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으나 기존업체의 생산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새로운 업체에 외국기업과 새로 계약을 맺어 엔진을 생산할것을 지시한것으로 엄청난 투자비 손실과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것이 국내항공업계의 일치된 지적이다. 특히 삼성항공이 새로 면허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6백만달러이상의 엔진생산면허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함은 물론 1백억원이상의 신규투자를 해야 하는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90년 9월 국방부로부터 헬기의 기체와 엔진 일괄생산업체로 지정돼 현재까지 50여대의 헬기를 제작, 납품해온 대한항공측은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GE사에 77억원의 면허료를 지불하고 90년부터 2010년까지 엔진생산면허권을 확보해 놓고 있으며 국산화율을 이미 36%까지 달성했고 지금까지 엔진생산을 위해 투자한 1백52억원의 투자비를 날려야 할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외 대우중공업 현대정공등 국내 항공업체들도 국방부의 이같은 조치를 특정업체 하나만을 육성하기 위한 항공산업전문화및 계열화의 사전작업으로 풀이하고 정부가 추진중인 항공산업전문화도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78년 항공산업진흥법안을 만들어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추진한 정부가 88년 참여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고 90년 항공기제작업체 복수지정조치를 취한뒤 4년도 채 안돼 또 다시 방침을 변경하는등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부가가치율이 47%에 달하는 항공산업을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일관된 산업정책과 적극적인 육성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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