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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일성」/박용배 본사통일문제 연구소장(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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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일성」/박용배 본사통일문제 연구소장(남과 북)

입력
199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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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나온 이항구의 「소설 김일성 1·2·3권」이 2주만에 2만3천여부가 팔렸다고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밝혔다. 곧 베스트셀러가 될것 같다는것이다. 이항구는 66년 북에서 남파된 소설가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평양학도나 북한관찰자들에게 그는 「이위원」으로 통한다. 그가 북한연구소연구위원이며 내외통신 비상임논설위원으로 현재도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7년전 떠나온 평양과 북을 북한연구학자들이 가질 수 없는 정보와 자료를 갖고 관찰 해왔다. 왜 이런 그가 이번에 연구서나 기사대신 소설을 썼을까.

 필자는 「이위원」의 소설을 읽으면서 늘 해답을 얻지 못했던 한가지 의문을 풀 수 있었다. 92년에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며 나치독일과 히틀러 그룹에 대한 탁월한 연구가인 로버트 해리스는 「그들의 조국」(93년3월·친구간)이란 첫소설을 냈다. 각종 문서를 통해 「히틀러 일기」가 가짜임을 밝혀낸 그가 어째서 히틀러가 전쟁에서 승리해 살아있는 1964년을 가상해 이 소설을 썼을까가 한 의문이었다.

 또한 현재는 「워싱턴 포스트」의 모스크바 지국장으로 있는 프레드 하이어트가 92년에 87∼90년 동경지국장으로 있으면서 풀지못했던 전전·전후의 일본의 핵음모를 「시크릿 선(SECRET SUN)」(93년2월·기린원간)이란 소설로 풀어 낸것도 의문이었다.

 기자·칼럼니스트·학도·관찰자는 사실·자료·정보등에 의해 기사나 칼럼이나 연구보고서를 낸다. 이런것에 이골난 사람들이 왜 소설로써 그 의문을 풀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해답을 「이위원」의 소설은 대변해준다.

 「그들의 조국」은 나치의 잔당이 계속 남아있어 1944년 히틀러반대음모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못해 소설화한것이다.

 「시크릿 선」은 일본이 미국의 원폭제조와 거의 비슷한때에 원폭제조에 나섰다는 사실을 근거로 아직도 그 조직이 핵개발을 하고있을것이라는 개연성을 기사화할 수 없어 소설로 쓴것이다. 많은 기사를 쓴 하이어트의 첫소설은 주장대신 일본의 풍물도 삽입해 소설자체로도 평가받았다.

 「이위원」은 왜 수령을 소설화 했을까. 그는 이번 소설을 쓰기전 85년 3월에 북과 수재물자로 남북대화가 트이자 북의 의도를 캐내는 연구서를 냈다. 「분단40년, 북의 실상과 허상」(한국출판공사간 ·4백50쪽)이었다.

 이 책의 제1장 「북한의 작가대열에서」는 그의 북에서의 일생이 산뜻하게 표현되어 있다. 8·15해방후 좌익청년단체인 「민애청」가입, 6·25때 「서울 인공」의 「민청」지도원, 9·28후 태백산 「남반부 유격대 제1지대」 분대장, 51년 황해도 서흥의 「중앙당 서울정치학원」을 나와 「중앙당 서울지도부」 재경경리부 지도원이 됐다.

 52년 남로당 핵심들이 숙청되자 그는 군대에 들어가야 했다. 58년 제대후 흥남비료공장 비계공으로 1백10 고공에서 일하다가 떨어져 병상에서 「안전뛰」(띠의 북의표기)라는 소설을 써 노동자출신 작가가 됐다. 평양문학대학(현 김일성대 문학부)을 졸업, 연구원을 마치고 북한 「현대문학」편집장이 됐다.

 63년에는 작가동맹위원장인 한설야가 하방되었다. 그후 그는 현재 북의 인민작가인 석윤기의 「시대의 탄생」들을 편집, 책으로 내고 스스로 아홉편의 중·단편을 쓴 「열성분자」였다. 『살과 뼈를 깎여 빼빼하니 마른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게 바로 나였다』고 그는 그때의 모습을 적고있다.

 그러나 결국 그는 66년7월 남한출신이라는 성분때문에 북에 열성을 바친끝에 빼빼마른 몸으로 대남공작원으로 「남반부 해방」을 위해 쫓겨난다.

 이런 그는 27년간 남에서 북을 연구하고 관찰하면서 북에 대해 내린 결론은 연구서 보다는 소설화 하는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도달한것같다.

 이번에 나온 「소설 김일성 1·2·3권」은 91년8월19일 반고르바초프 쿠데타소식이 평양에 알려진 이후 92년4월25일 인민군 창군60돌기념 퍼레이드까지의 수령·지도자, 두사람을 둘러싼 북의 내부동향을 근거있는 사실을 토대로 추정하고 분석하고있다.

 이 소설2권에는 만약 그가 북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의 상상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수령·지도자·오진우·최광·오극렬·계응태·이하일등 당 군사부·무력부의 핵심인사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재미있게하는 작중인물로 그는 흥남비료공장 신문주필 이후재와 그의 아들 이정훈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후재가 바로 이항구가 북에 있었다면 그렇게 되었을 인물이다. 「안전뛰」의 작가 이항구가 「생명」이란 소설을 쓴 작가로 바뀌어 있을뿐이다.

 만약 남한출신의 그가 북에 있었다면 자신의 아들을 남으로 남파시키고 수령과 지도자에게 거짓 「열성분자」로 충성을 바치며 뇌졸중에 반신불수가 되었을것이라고 그는 상상하고있다.

 남에서 그가 쓴 「소설 김일성」에는 진실과 양심과, 특히 북에서 볼 수 없는 비판이 있다.

 무엇보다 수령과 지도자가 일부 추론과는 달리 북 주도의 사회주의 혁명을 한반도에서 이루기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를 객관적 증거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의 구체적 내용을 열거하지 않으려한다. 소설로서, 연구서로서 이 책은 북을 알고픈 이들에게 읽혀야만 할 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멀리 기적소리가 들렸다』는 고생하고있는 북인민의 한숨섞인 소리의 의미를 알기위해서도 이 책은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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