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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뻗은 가지마다 힘찬 기상이…/잣나무(꽃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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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뻗은 가지마다 힘찬 기상이…/잣나무(꽃이 있는 삶)

입력
199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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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송이 껍질속엔 고소한 알맹이 가득 잣나무를 힘차고 시원 시원한 남성에 비긴다.「송송백백암암회」라는 시구만 봐도 이강산을 아름답고 품위있게 꾸며주는 대표적인 우리의 나무이다.

 5월이면 가지끝에 녹황색의 암꽃이 달리고 새가지 아래쪽에 루비처럼 덩어리로 뭉친 수꽃이 핀다. 가을에 성숙해 11월이면 송이째로 떨어진다.

 길이 15㎝ 지름6∼8㎝가량의 잣송이에는 80∼90개 가량의 잣알이 알알이 박혀있다. 이 잣알을 송자 또 백령이라 한다. 소위 해동의 신선식이다.

 본초강목에는 잣나무를 「백유백야」라해 소나무중 제일 맏형이라 했다. 씨가 가장 큰 소나무라해 송자송·과송, 소나무는 잎이 2장인데 잣은 5장이어서 오엽송, 중국서는 신라에서만 난다해 신라송·해송이라 했다. 수지가 풍부해 유송, 잎이 서리를 뒤집어 쓴듯해 상강송, 나무의 색깔이 붉은 빛을 띠어 홍송등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줄기가 굽지 않고 곁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단아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잎이 빽빽하게 달려 기품이 높은데다 사철 푸른 빛은 부동의 상징이자 굳은 절개를 의미했다.

 송나라때 쓴 개보본초는 「신라의 잣은 신선도를 닦는 사람들이 먹으며 신라에서 자주 진상하여 온다. 중국산은 알이 작고 효력이 약하다」했으나 요즘은 값싼 중국산이 우리나라것으로 둔갑해 우리 잣이 설곳을 잃고 있다.

 옛 왕실에서는 왕이 허약해지면 잣술인 송자주, 백주를 담가 상복시켰다.

왕실이 애용하던 가장 오래된 과실주이자 약술이었다.

 잣죽 3년이면 신선이 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도 자양 강장제로 잣죽을 상복하면 더없이 좋다 했다. 

 정월 대보름 전날밤 잣 12개를 각각 바늘에 꿰어 12달을 정해놓고 불을 켜 점을 쳤다. 불이 가장 밝게 붙는 달이 신수가 좋고 어두운 달은 신수가 나쁘다 했다. 정월 초하룻날 잣나뭇잎 술인 백주를 마시면 액을 물리친다 했다. 전북서는 문간에 잣나무를 심어 놓으면 질병이 없어진다고 믿었다.

 수정과나 식혜에 뛰우는 실백의 풍미는 우리 음식만이 갖는 멋이다. 은행과 함께 잣 없이 신선로의 의미가 없다.

 예부터 백주라해 배를 만드는데는 잣나무를 으뜸으로 쳤다. 창세기 6장14절 노아의 방주는 잣나무로 만들어 졌다고 했다.

 잎을 태운 재는 임질 매독 등 각종 성병에 비방으로 썼다.【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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