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지역 경제협력체(APEC)의 각료회의와 정상회담이 21일(한국시간) 폐막됐다.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이번 모임은 각료회의가 「시애틀선언」을, 지도자회의가 「공동비전성명」을 각각 채택 발표하고 헤어졌다. 역내의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지향하고 세계문제에서 아태지역의 발언권을 행사하기로 한것이 주요 내용의 골자이다. APEC 자체로서는 이번 모임이 클린턴미대통령의 발표처럼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성공」이었고 또 「흡족하게 생각해야할 진전」이었다는데 대해 이의가 없다. 사실 아태지역국가 정상들이 한자리에 앉아 역내문제를 토론했다는것, 그리고 그들끼리의 개별접촉을 통해 쌍무적인 공동관심사까지 논의했다는것 자체가 커다란 소득이었다.
그리고 이런 정상모임을 한번으로 끝내지 않고 1년뒤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갖기로 했다는것은 다행스런 결정이다.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비길 성과는 아니지만 쉬지 않고 매년 만나다 보면 정례화는 자연적으로 이뤄질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김영삼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의했던 APEC의 경제공동체로의 발전 가능성도 한걸음씩 진전을 보게될것이다. 아태경제공동체는 우리가 앞으로 주력해야할 경제외교의 지상목표이긴 하나 회원국마다 발전단계와 수준이 제 각각이어서 실현에 어려움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회의에서 멕시코와 파푸아뉴기니를 가입시켰고 내년에 칠레를 추가로 또 받아들일 경우 APEC의 결속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15개 회원국끼리 공동체 인식을 먼저 굳게 다져놓은뒤 추가회원을 받아도 늦지 않을것이다. 경제공동체로 가는 확실한 길을 찾지 못했다고 섭섭하게 여길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대로 한국은 소기의 성과를 무난히 거두었다는게 종합 결산평가인것같다.
시애틀선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역 및 투자의 기본틀(TIF)을 구체화할 무역투자위원회(TIC)의 의장국으로 내정되었고 또 우리가 제의한 기술시장개설과 직업훈련계획설치등이 모두 받아들여진것도 가시적 성과로 꼽을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득도 있다. 김대통령의 문민정부팀이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무대에 나가 국제화의 현장을 직접 보고 체험한것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내정개혁을 추진하는데 많은 참고가 될것이다.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안목이 부족하면 국제경쟁력강화는 구호에 그치고말것이다. 앞으로 기회있을 때마다 자주 나가 국제감각을 더욱 익혔으면 한다. 겉으로 화려한 의전행사보다는 실리와 내실을 보다 중요시하는 국제세일즈맨의 정신과 자세로 임한다면 정상외교를 낭비라고 탓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