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적극 추진땐 오히려 눈총/“승진막막” 허탈감 증폭/상층부 「몸사리기」 급급… 개혁 외면 『공직생활6년에 남은것은 후회뿐입니다. 지금의 공직환경에서 젊은 공무원들의 소신과 패기는 한낱 사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행정고시를 거쳐 서울시에 몸담고있는 A씨(31·5급)의 하소연이다.
명문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A씨의 월급은 80만원을 밑돈다. 그나마 세금을 빼면 70만원 남짓이다. 보너스를 합한 월평균 실수령액도 1백만원 미만으로 민간기업으로 진출한 대학동창들이 받는 액수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부인이 따로 직업을 갖고있어 아들을 포함한 세가족의 생계는 그럭저럭 꾸려나가고있다. 그는 여전히 변화를 꺼리는 행정조직의 경직성이 더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여 현장실정을 반영한 제도개선안을 올려도 중앙부처 또는 조직내 상급자로부터 구태의연한 부정적 답변만을 듣기가 일쑤고 업무추진에 적극성을 보이면 눈총부터 받는 구습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열악한 근무상황속에서도 기대하는것은 승진뿐인데 이제는 조직축소설까지 분분해 정년퇴직전에 3급(부이사관)까지나 올라갈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신명이 나지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무기력증상에 빠져있는 공직사회 구성원들중에서도 특히 80년대중반 이후 공직에 발을 디딘 30대초반까지 신세대공무원들의 허탈감은 의외로 크다.
고시· 비고시출신 구분없이 기성세대가 누렸던 「호시절」은 물건너 갔고 낮은 보수와 인사적체는 좀체 숨통이 트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것이다. 뿐아니라 문민정부출범이후 사정한파속에 몸사리기에만 급급해온 공직상층부의 행태에 반감이 깊어져 조직내 불협화음도 그치지 않는다.
행시출신으로 경제부처에서 일하고있는 C씨(30)는 『후환이 두려워서인지 중간간부들이 창의성을 전혀 발휘하지 않고 고위층의 방침만 좇는 「해바라기성」이 태반이고 현장을 뛰는 직원들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며『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는 사정이 강화된 이후 더욱 뚜렸해졌다』고 푸념했다.
신세대공무원들의 갑갑증은 하위직일수록 심각성이 더하다.
서울시 일선구청의 기술직9급 K씨(26)는 『요즘들어 담당자에게 상당부분 재량권이 부여된 민원업무처리를 위해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면 주임에서 과장에 이르기까지 들은 척도 하지않아 애로가 많다』고 공직분위기를 간접 설명했다.
K씨는 이때문에 한 동료가 최근 상부의 고의적 무관심속에 생소한 건축관련민원업무를 놓고 고심하다 소신대로 처리했다가 민원인들의 반발로 중징계를 받고 공직을 떠났다고 말했다.
야간대학에 재학중인 K씨는 『상급자의 발빼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다 40만원선의 봉급으로는 학비와 용돈을 충당하기 부족하고 또 과거와 같이 능력을 인정받으면 하위직에서 4급이상까지 승진할수있는 기회도 크게 줄어들어 대학졸업후 민간업체나 공사등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있다』고 말했다.
경북도청의 7급 C씨(32)도 『새정부출범이후 도차원에서 가능한한 구두로 보고하라는 지침이 시달됐으나 중간간부들이 구태의연하게 서류보고를 요구해 보고서량이 오히려 늘어났다』며『사정을 피해가기 위한 수단으로 보수관료적인 구습이 오히려 되살아나 업무가 날로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신세대공무원들의 공직현실에 대한 불만은 공보처가 최근 20∼50대까지 1천5백여명의 공직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있다.
조사결과 30대의 87%,20대의 79%가 공직생활에 대해 「매우 불만」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50대의 부정적인 답변은 76%, 40대의 불만비율은 83%로 20대와 30대의 중간이었다.
일선구청의 행정직7급 B씨(33)는 『신세대공무원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잠재역량을 발전적으로 발휘하도록 하는것이 긴요하다』며 『지금 단계에서 공직자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한 사정에 따라 공직사회가 되도록 빨리 일대 정리기를 거친뒤 국리민복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다시 뛸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김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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