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개정 종헌·종법규정 해석에 차이/원로회의 결정과정 일부 문제점 제기/성철스님 49재후 재논의키로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성철스님의 뒤를 이어 서암스님을 차기종정으로 추대한 원로회의 결정 과정을 놓고 이론이 제기돼 격론이 벌어졌다. 종회는 18일 10일간의 일정으로 정기종회를 개최,19·20 양일간 종헌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부종회의원들이 원로회의의 종정추대 과정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 격론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못찾고 성철스님의 49재가 끝나는 12월 22일이후 임시종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하고 정기종회를 끝냈다.
원로회의는 15일 13명의 원로중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대각사에서 회의를 열고 4일 열반한 성철스님의 후임종정으로 원로회의 의장 서암스님을 전격 추대했었다.
종회의 한 관계자는 『서암스님을 종정으로 모시자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다만 모시는 절차상의 방법 문제를 놓고 이견이 빚어졌다. 88년 개정된 종헌·종법에 의거, 종정추대위를 구성해 서암스님을 추대하자는 안과 종정추대방법을 원로회의에 일임하는 내용으로 종헌·종법을 개정하자는 안, 그리고 아예 종회의 만장일치로 추대 결의를 하자는 안등 3가지 안이 나왔다』고 밝히고 49재 이전에 종회의 대표단이 서암스님을 방문,종회에서 나온 의견과 함께 종헌에 따라 여법하게 모시겠다는 의사를 전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종회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거론된 배경은 개정된 종헌·종법의 적법성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는데 이 문제는 88년 종헌·종법을 개정할 당시부터 갈등의 불씨로 잠복해왔다고 불교계 일각에서는 지적하고있다.
88년 5월 조계종 종회는 종전 원로회의가 종정을 추대하도록 된 종헌의 조항등을 개정,종정은 종정추대위원회에서 선출토록 규정한 개정안을 공포했다.
때맞춰 10년의 임기가 만료된 성철스님이 종정 재추대를 완강히 고사하자 후임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문중을 비롯하여 총무원집행부,종회와 원로회의등 종단의 권력구조 결정 주체들간의 시각이 엇갈려 종정추대위는 2차례의 유회로 활동이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원로회의는 개정된 종헌·종법이 원로회의의 인준을 받지않아 무효임을 주장, 91년 8월 성철스님을 종정으로 다시 추대했고 개정된 종헌·종법은 기능이 정지된 상태가 됐다. 당시 법규와 절차를 지켜 종정을 모시자고 주장한 일부 여론도 성철스님에 대한 범국민적인 여망을 감안, 강력한 이의 제기를 삼갔다.
이번 종회에서 표출됐듯이 매사 여법한 절차를 강조해온 불교계의 전통에 비춰 볼 때 하위개념의 종회에서 상위개념인 원로회의의 결정에 대해 여법한 절차를 내세워 이의를 제기한것 자체가 많은것을 시사해준다고 불교계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비록 원로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쪽이나 이견을 낸 쪽 모두성철스님의 입적이후 국내 언론이 보여준 깊은 관심을 의식해 상당히 자제하는 선에서 논의를 벌인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원로회의의 차기종정 추대가 종회의 논의 대상으로 불거져 나온것은 불교권 밖에는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을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종단 존립의 기틀이 되는 법과 제도를 종단의 구성원이 모두 지켜 성철스님이 일군 불교 중흥의 기틀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들이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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