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화에 대처 개방적 지역협력체 지향/정책협조·정부간 규제완화 등 제시 미시애틀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은 김영삼대통령의 발제연설 제목대로 「새로운 태평양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지금까지 역내 국가간 경제협의체 성격에 그쳤던 APEC을 튼튼한 「경제공동체」로 묶는 작업의 첫발을 내디딘것이라 할수 있다.
새 경제공동체,즉 태평양 양안의 동아시아지역과 북미지역을 경제적으로 한데 엮어내보자는게 이번 회담의 초점이었다.
12개국 정상과 2개국 대표가 참석한 이날 회담에서 각국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다자간 자유무역확대및 세계경제주도라는 아태지역국가들의 공동목표달성을 위해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유럽공동체(EC) 동남아국가연합(ASEAN)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등 세계적 현상으로 대두하고 있는 블록화에 대처, 개방적 지역협력공동체를 지향하는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
태평양 양안의 경제권을 연결,새 경제공동체로 결속시키는 일은 우리에게는 경제적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세계경제가 지역적 경제블록간의 무차별 경쟁과 갈등관계에 빠질때 그 블록들 사이에 낀 우리 경제가 미래를 내다보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 처할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89년 호주의 APEC창설제의때부터 적극적 지지입장을 보이고 APEC출범 5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 다른 어느 참가국보다도 힘을 기울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발제연설에서 회의의 전반적인 논의방향과 함께 APEC의 진로를 사실상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아태지역이 지금까지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것은 역내국가들이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주의의 바탕위에 대외지향적 발전전략을 채택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것이 각국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이룩됐지만 앞으로는 역내국가들의 공동노력을 통해 이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새 태평양시대의 창조를 위해서는 「협력없는 경쟁」에서 「협력있는 경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새 태평양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적 과제로 UR라운드의 연내타결, 대내외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규제의 대폭 완화, 국가간 경제정책의 협조모색등을 제시했다.
UR라운드 협상이 실패, 블록화가 심화되고 궁극적으로 세계자유무역체제가 붕괴위협에 직면할때 대외지향적 발전전략을 취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 타격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김대통령 정부의 신경제가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개방화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세계자유무역체제의 강화쪽으로 힘을 모아가야할 입장이다.
김대통령이 발제연설의 결론격으로 조심스럽게 『APEC을 아태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것도 이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미 5월 신외교의 방향을 밝히면서 아태협력체의 개념을 내놓았다. 뒤이어 클린턴 미대통령이 7월에 밝힌 신태평양공동체도 비슷한 방향이다.
이날 클린턴대통령은 상오회의(아태지역의 비전)결과로 아태지역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APEC의 경제공동체로의 발전가능성에 「유의」하며 역내국가간 협력강화를 목표로 설정했다는점등을 발표했다.
미국은 APEC의 강화를 통해 역내무역장벽을 제거하고 투자자유화를 촉진시킴으로써 자국의 경제회생을 이룩하는등 아태지역의 주도권을 쥐고 나가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을 자유무역지대화하려는 생각이다. 우리 역시 세계경제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있고 앞으로 더욱 세계경제의 중심지가 될 아태지역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위해 APEC강화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도 나타났듯이 참가국 모두가 같은 입장은 아니다.
이미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해 나가고 있는 아세안국가들이나 자체 경제력 규모가 큰 일본 중국등은 미국에 의한 아태지역에서의 주도권 상실을 우려, 새 경제공동체 창설에 중도적 또는 소극적 입장일수밖에 없었다.
김대통령이 이번 APEC정상회담을 통해 내년도 제2차 APEC지도자회의를 제안하는등 APEC강화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아태지역 지도자로 부상했음은 사실이다.【시애틀=최규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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