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분위기·심리 호전… 웬만한 악재는 영향 못미쳐/일부선 “이상과열” 경계… 소액투자자 「뇌동매매」 우려 주가가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주 들어 폭발적인 거래량을 동반한채 종합주가지수가 거의 매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권관계자들은 연말까지 주가가 9백포인트수준에 이를것으로 낙관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단기간에 지나치게 오르는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주식값이 오른다니까 깊은 생각없이 무조건 「사자」대열에 가담하고 있는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 이들이 또한번 피해를 입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가는 앞으로 얼마까지 오를것인가.
종합주가지수는 토요일인 20일에도 전날보다 6.11포인트 오른 8백46.47을 기록했다. 90년3월21일의 8백49.91 이후 꼭 3년8개월만의 최고치이다. 이로써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말에 비해서는 무려 95.75포인트, 금융자산 실명전환 마감일인 지난 10월12일에 비해서는 1백22.9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이날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모두 단일장(토요일은 전장만 개장)으로는 증시사상 최고치인 5천3백67만주와 1조1천38억원을 기록, 활황장세를 실감케 했다.
증시관계자들은 최근의 주가상승 원인으로 대체로 세가지를 꼽고 있다. 하나는 실명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셨다는 점, 즉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는 점이다. 실명제가 실시되면 주가가 폭락하리라던 예상과 달리 실시직후의 일시적인 하락을 빼고는 주가가 큰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이는 물론 실명제가 별다른 부작용없이 정착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음은 실세금리의 하락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마땅한 투자대상을 못찾은 자금들이 증시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것이다. 주식을 사려고 대기중인 고객예탁금은 19일 현재 지난주말보다 1천7백78억원 늘어난 2조9천8백76억원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공모주청약을 위해 증권금융에 예치해 놓은 8천여억원을 더하면 실제로는 주식매입자금이 3조7천여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주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을 6%로 잡은것과 함께 최근 엔고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가전 철강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자분위기가 좋아짐에 따라 웬만한 「악재」는 증시에 거의 영향을 못미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의 미하원통과 소식도 과거 같으면 결정적인 주가하락요인으로 작용했을텐데 이번에는 관련 몇개 종목에만 다소 영향을 주었을뿐 상승분위기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원인들을 근거로 증시관계자들은 내년까지, 적어도 연말까지는 상승기조가 이어져 종합주가지수가 9백포인트대에 진입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기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은 거칠것이고 또 필요하기도 하지만 대세가 꺾이지는 않을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우경제연구소의 심근섭상무는 『지난해 8월을 3년6개월에 걸친 대세하락의 최저점으로 본다면 지금은 대세상승 국면의 초기에 해당한다』며 『98년 전후까지는 장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주가상승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이년우고려증권부사장은 『최근 주가상승의 특징은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들이 장세를 주도했다는 점과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의 주식, 이른바 「자산주」의 초강세 현상』이라며 『국가경제 전반을 고려할 때 제조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태에서 자칫 허상에 그칠 수 있는 자산주의 열풍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중에는 주가가 한번 크게 흔들릴것』이라며 『연말까지 더이상 큰 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소의 한 임원은 『저가에 주식을 매입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이 차익을 남기고 팔기 시작하면 또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일반투자자들이 이들의 뒤를 쫓아 「뇌동매매」를 해서는 안될것이다. 증권사들도 장미빛 전망만 내놓지 말고 투자자들이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게 창구상담을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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