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상오 국회귀빈식당에서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독특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영진 조순승(민주) 조일현(국민) 정태영(무)의원등은 예정된 회견시간이 다 돼 기자들이 몰려서있는 가운데서도 열심히 시계를 들여다 봤다. 회견은 김의원이 국제전화를 통해 마쓰오카 도시카스(송강리승)일본중의원과 양국동시회견을 위한 시간조정을 마친후에 시작됐다.
한일양국에서 동시에 발표된「쌀 수입개방압력에 반대하는 한일농촌출신의원 공동성명」은『시애틀 APEC회의에 즈음해 쌀수입개방 반대입장을 천명한다』는 주장으로 시작되었다.
이날 회견은 APEC지도자회의를 맞아 UR연내타결을 목표로한 미국의 쌀시장개방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 양국의원들이 농민의 입장을 적절히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외협상에서 정부와 국회의 역할분담등 기술적인 측면에 유난히 서툴렀던 우리 외교의 약점을 감안할때 좋은선례를 남긴셈이다.
특히 양국 동시회견이라는 보기드문 방법도 눈여겨볼 만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의 추진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우선 일정에 쫓겨 농업현실차이에 따른 양국간 입장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흔적이 발견된다. 양국농민의 입장차이는 『특히 한국의 경우 쌀은 농업소득의 절반을 점하는 중요품목』이라고 간단히 한줄로 표시돼있을 뿐이다. 이는 지난 10월27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마쓰오카의원등「일본농업을 지키는 특별행동위원회연맹」대표들의 제안에 따라 이번 회견이 준비된 것과도 관계가 있는 대목이다.
또 애초의 협의과정에 참석, 깊은 관심을 표했던 민자당의 신재기의원이 뒤늦게 불참을 선언하는 등 민자당 농촌출신의원들의 방관은 아직까지도 정부여당전체가 획일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현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결국 애쓴 보람도 없이 이날 회견은 야당의원들만의 것으로 끝나 효과를 반감시켰다.
암담한 농업현실이 사실은 상당부분 이런 정치현실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 새삼 피부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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