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구체해법 제시보다 입장 조율/자동차·항공기 등 경협확대도 합의 19일 상오(한국시간 20일 새벽) 미시애틀에서 열린 김영삼대통령과 강택민 중국국가주석간의 한중정상회담은 지난해 8월 수교이후 좁혀진 양국관계가 한차원 더 높은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대통령과 강국가주석은 이번 아태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에 참석한 다른 정상들을 제치고 서로 가장 먼저 대좌했다.
지난번 경주에서 열렸던 한일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APEC회의 이전에 한중양국정상이 만나 입장을 조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미묘한 단계에 와 있는 시점에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회담은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김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이 새 아태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는 뜻도 있다. 「YS 신외교」의 시동을 이번 회담을 통해 건것이다.
회담에서 김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선언 실현등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행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김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깰 우려가 있으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은 경제도약을 꾀하고 있는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혹을 완전히 해소하면 대북경협을 추진하고 북한의 대미·일관계개선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것임을 밝혔다.
명시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고 남북대화에 전진적 자세를 보이는등 「선핵개발 의혹해소」가 이뤄지면 미국 일본등과의 수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강주석은 이에 대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중국의 기존입장을 재천명했다.
강주석은 또 이 문제는 한미 양국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가기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 어려울 경우에 대북제재를 할것이냐, 한다면 어떤 방식을 택할것이냐, 그 시한은 언제냐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것은 아니다. 따라서 딱 부러지는 합의점을 찾아 낸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의 해결방향이 어느쪽으로 가느냐가 판가름나기 직전의 긴박한 시점에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입장을 조율했다는 자체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것이다.
우리로서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측에 대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요청함으로써 외교적 해결노력을 마지막까지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 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시 중국의 입장을 어느정도 묶어두는 효과를 거둔 점도 있다.
바꿔 말하면 북한에 대해서도 큰 압력이 될것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앞으로의 역할에 국제적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게됐다.
두 정상은 APEC와 유엔등 국제무대에서의 양국간 협력방안도 깊이있게 논의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대미관계개선을 한국이 지원하는 문제와 우리의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중국의 지원문제등이 포함된다.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원칙 합의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두 정상은 양국간 통상및 경제협력단계가 계속 확대돼가고 있음을 평가하고 장기적 차원에서 자동차 전전자교환기(TDX) 항공기등의 산업분야에서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로 했다.
김대통령이 회담에서 강주석이 빠른 시일내에 한국을 방문해 줄것을 요청하고 강주석이 이에 긍정적 답변을 한것은 회담의 우호적 분위기로 보아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이번 한중정상회담까지 성공리에 마침으로써 미·일·중·러등 주변4강의 정상들과 모두 돈독한 우의관계를 형성하게 됐다는 뜻도 깊다.【시애틀=최규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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