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예찬론은 그야말로 쇠귀에 경읽기나 마찬가지인 세태다. 책을 멀리하는 「탈활자증후군」 또는 「독서혐오증」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성인의 절반 가량이 「기능적 문맹」이라는 놀라운 보도도 있었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책을 안 읽는 큰 이유로 TV·비디오 같은 영상매체의 확산을 꼽는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여가시간은 TV시청이 으뜸을 차지하고 독서는 순위가 뚝 떨어진다.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는 책의 해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네 독서상황은 어떤가. 한국출판연구소가 내놓은 국민독서 실태 조사가 해답을 알려준다. 「독서의 창」에 비친 실제의 모습은 역시 허약하다. 몇가지 주목할 내용이 담겼다. 독서의 장애요인이 밝혀지고 도서관과 서점 이용률이 아주 낮다는 사실이 놀랍다. ◆왜 책을 멀리 하는가. 초·중·고교생들은 역시 학교공부 때문이다. 학습과 학원 다니기에 바빠 독서할 여유가 거의 없다. 교육의 맹점이다. 한편 성인들은 근본적으로 책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적인 독서혐오증과 일치한다고 할까. 성인의 한달 독서량은 평균 1권꼴이라고 한다. 일본의 성인들도 만화를 빼면 1.4권이라니 약간 자위는 된다. ◆책을 읽지 않으니 책방에 발길이 뜸한게 당연하다. 이용률이 한달에 2회도 안될 정도이다. 학생을 빼면 이 수준은 더욱 떨어진다. 성인의 절반이 3개월에 한번도 책방에 안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서관에도 잘 들르지 않는다. 원인은 기본기능이 모자라는 탓이다. 가봐야 답답하다. 시설·안내·독서지도가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보고 싶은 책, 좌석, 서비스가 모두 불만이니 딱하다. 이런 조사에 따르면 도서관이 많고 적은게 문제가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민의 독서량은 그 나라의 지적 수준을 나타낸다. 책을 펴지 않으면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 미래를 열자는 뜻은 정보화 시대를 대비하자는것이다. 책은 장식품이 아니다. 읽어야 양식이 된다. 책의 해가 올해로 끝날 일이 아님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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