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동화 자주 소개 「책벗하기」 유도/글씨도 모양보다 정서습관 길러줘야 사람됨의 품격을 나타내는 신언서판중 판단력의 기반을 이루는 독서, 그리고 글씨쓰기는 어렸을 때부터 바른 습관을 들여놓아야 하기 때문에 초등교육의 몫이 크다. 읽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들은 더욱더 창의성을 요구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아이디어 빈곤에 시달리게 된다.
우선 읽기의 경우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독서를 지겨워 한다. 읽기시간에는 교과서만 따분하게 읽고 학급문고와 도서실은 있지만 규모만 좀 큰 헌책방 수준이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새 책들은 학교에서 보기 어렵다. 가정에서는 온갖 과외활동에 얽매여 독서를 통해 자유롭게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빼앗긴다.
독서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고 있으나 무슨 책을 어떻게 읽게 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 프로그램이나 독서지도철학은 부재인 상태이다. 우선 교과서에도 문제가 있다.
서울교대 국어교육과의 김원경교수(64)는 『국민학교의 읽기 교과서가 전제와 원칙에까지 물음을 던지는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단순 독본과 진도에 치중, 흥미를 유발하지 못해 독서습관을 길러주기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딸이 국교3년생인 조봉호씨(36·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는 『딸이 학기초에 읽기교과서를 받으면 1주일만에 다 읽어 버리고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는다』며 교과서의 역할이 그리 크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조씨는 또 3학년 교과서의「바위꽃과 아기별」을 예로 들어 『마해송선생님의 원작동화가 훨씬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며 원작 그대로 싣지 않은 교과서내용을 불평했다.
6차 교육과정 개정을 연구중인 한국교육개발원의 손영애국어교육연구부장(38·여)은 『국정교과서 체제에서 국어교과서는 다소 지루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완성된 내용의 글이 수록된다』고 설명하고 『교과서에 실을 만한 글을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미국 영국등 선진국처럼 교재를 다양화하고 교사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은 현재의 교육여건이나 교재개발 수준으로 볼 때 시기상조인 듯하다』고 말했다.
아동도서들이 홍수같이 쏟아지지만 당국이나 학교차원의 독서지도·지원은아직도 미미하다. 전국 국민학교 도서실의 도서보유현황은 교육부에도 통계가 없을 정도이다. 「재적학생수의 2배수 도서 비치」라는 공염불같은 지침만 있을 뿐이다.
많은 학교들이 빈 교실이 생겨야 도서실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나마 갖추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맞춤법도 맞지 않는 오래된 문고류와 위인전, 반공도서들이다. 학부모 권명자씨(36·여·서울 양천구 신월동)는 아들 학교의 도서실을 보러 갔다가 정부에서 거저 준 낡은 책들을 보고는『학교 도서실이 오히려 아이들의 바람직한 독서를 방해한다』고 분통을 터뜨린 경험이 있다. 권씨는 『집에서 장만했던 새 전집류 60권을 잃어버려도 된다는 조건까지 달아 학급문고로 기증했는데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로 되돌려 받은 일까지 있다』고 어이없어 했다.
체계적 독서지도 프로그램이 없고 도서실도 빈약하다면 교사들의 개별적 노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선교사들의 수업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교사들이 교과서 내용과 원작을 비교·소개해주는등의 성의를 보이지 않고 따분한 문장읽기와 낱말풀이, 괄호채우기등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교사들의 자기계발 노력이나 당국의 연수기회 확대조치가 필요하다고 서울교대부국 홍성식교감(51)은 말했다.
서울서교국교의 장우원교사(32)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가르치면서 대숲을 벤 임금이 정말 교과서에 나온대로 어진 임금인가, 대숲에 가서 사실을 외친 시종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임금에게 귀가 커서 좋은 점들을 전한 농부의 태도는 정직하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들을 함께 이야기하자 어린이들이 이 글에 대해 더 흥미를 가지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독서교육의 많은 부분은 가정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지만 어린이들은 우선 TV에 속박되고 학부모들도 읽고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교양인보다 컴퓨터에 능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피아노를 잘 치는 기능인을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대세는 아니지만 최근 읽기교육에 정성을 쏟는 학부모와 학교, 교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일 서교 이대부국 서울교대부국등은 1주일이나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도서실 이용시간을 수업시간에 포함시켜 독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바른 글씨쓰기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바르고 차분한 자세와 우리 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익히게 해주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컴퓨터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주장이 강하다. 그런데 글씨를 마음의 거울로 여기고 수양의 방편으로 삼던 전통적 교육관이 컴퓨터의 영향때문에 필기시대는 갔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비뚤어진 글씨를 보고 매를 드는 선생님과 학부모는 이제 없다. 어린이들은 글씨쓰기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에 또박또박 아름답게 쓰는 버릇을 들이지 못한다.
학부모 이현숙씨(36·여·강남구 개포동)는 3학년인 아들이 글씨를 못 써 집 근처 서예학원에 보내 경필(연필글씨)과 붓글씨를 배우게 하고 있다. 이씨는 『종아리를 맞으며 글씨를 배운 세대와 달리 요즘 세대들의 글씨는 점점 보기 싫어진다』며 『입학전에 글씨를 제멋대로 배운 어린이들이 많아지고 학교선생님들도 일일이 신경 쓸 여건이 안되는것같다』고 말했다.
일선교사들과 서예학원에서도 일반적으로 요즘 어린이들의 글씨모양이 좋지않다고 보는데 어린이들이 너무 빨리 글씨를 배우는데다 학교교과 외에 과외활동까지 하는 일이 많아 일찌감치 빠르게 쓰는데만 익숙해지는 점이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글씨쓰기는 일반적으로 연습이 지겹고 한번 습관을 잘못 들이면 교정이 거의 불가능해 돌봐주는 사람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현행 쓰기교재의 글자체를 좀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글씨를 익힐 수 있도록 다양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행 쓰기교과서는 글짓기와 글씨쓰기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구원(30)은 『다양한 글씨체를 개발해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모양을 선택해 연습하도록 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교과서에 모범글자체를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당분간은 적용방법이 없을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요즘 어린이들이 글씨를 잘못 쓴다』며 『우리 글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시기는 분명히 초등과정뿐』이라고 강조했다.
◎예일국교 독서교육 이렇게 한다/학급별로 주1회씩 도서실서 수업/학생마다 「독서카드」… 다독상시상
30평 80석 규모의 도서실에 1만3천9백여권의 도서를 보유한 예일국교(서울 은평구 구산동)는 학급별로 1주일에 1시간씩 도서실에서 수업을 진행, 어린이들의 독서의욕을 고취할만한 환경을 조성해가고 있다.
연간 5백∼6백권의 구입비로 5백만원가량을 쓰는 예일국교는 새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기호에 맞춰 일괄구입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사들인다.
그래서 빛바랜 책은 찾아보기가 어렵고 만화로 쓴 세계사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청소년도서부문 입상작인 성교육서 「엄마가 아기를 가졌어요」, 철학동화 「노마의 발견」, 「반갑다 논리야」등 우량도서로 인정받은 책들이 빽빽하다. 이런 책들은 한 학급 학생들이 도서실 수업시간에 함께 읽도록 50여권씩 갖춰져 그 내용이 집단토론과 일반 수업시간으로까지 이어지게 돼있다.
구입도서는 학부모와 각 학년 주임교사가 상의해 목록을 정하며 책이 들어오면 교내TV방송과 도서실앞 게시판을 통해 소개하는데 도서실수업시간을 빼도 하루 평균 1백50명이 찾아오고 새로 들여온지 얼마 안된 책들도 금방 해질 만큼 인기가 높다는 것이 장정재독서담당교사(40)의 설명이다.
사서 1명과 함께 학생도서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서가정리 열람지도 청소등 도서실관리를 담당하며 책을 읽은 학생들이 기록한 독서카드를 토대로 학기당 다독아상을 마련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김종인교장(64)은 『학교도서실은 학생들이 독서에 취미를 붙여나가고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하는 부분을 스스로 깨치고 보충하는 훌륭한 교육현장』이라며 『74년에 도서실을 마련한뒤 이런 생각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임철순부장대우 이대현 김현수 하종오 장인철 김병찬 변형섭 김범수기자 (사회부)
김정호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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