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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기백 남극에 떨친다/빙원길 3,500리… “인간한게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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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기백 남극에 떨친다/빙원길 3,500리… “인간한게에 도전”

입력
199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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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한국남극점 탐험대 발진/허영호공격대장 출사표/공격조 서로자원… 사기도 충천/“21세기 도약위한 출발점 될것” 다가올 94년은 모험과 도전의 장엄한 드라마로 열린다.

 새해의 벅찬 희망속에 한국인의 의지가 지구의 끝인 남극점에 이르는것이다. 1월15일께, 10만년간 쌓인 3천5백리 빙원을 걸어간 한국일보남극점탐험대가 극점에 태극기를 꽂는 순간은 도약의 21세기를 향한 위대한 출발점이 될것이다.

 『남극점에 태극기를 휘날리는것은 한국인의 기백과 자존심을 세우는것입니다』

 20일 남극대장정에 나서는 탐험대원들의 각오는 굳고 사기는 드높다. 고인경탐험대장(50·파고다 외국어학원 원장), 허영호공격대장(39)과 한국여성으론 남극대륙에 첫발을 디딜 정길순대원(39)등 6명의 대원들은 이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이들은 지구에서 가장 가혹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1년여동안 전국의 산을 누비며 「마라톤선수와 같은 체력훈련」을 쌓았다. 또 극한상황에 대비해  수지침사용법까지 익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정신력과 팀웍이다.

 고대장은 『대원들 모두가 탐험정신이 가득차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플레이를 할수 있는 강한 힘과 용기를 갖추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극점루트를 맨 앞에서 개척해 나갈 허영호대장은 8천m이상 봉우리를 일곱곳이나 오른 세계의 철인. 산악인으로보다 탐험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그는 『고통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말했다. 『영하30도의 추위, 초속20m의 바람, 고소증세, 배고픔, 곳곳에 입벌린 크레바스등 말도 못할 고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극점에 도달하면 물론 내가 가장 즐겁겠지만 국민들에게 주는 감동과 환희도 클것입니다』

 155m의 작은 키지만 『체력이 차돌멩이 같다』는 정길순대원은 82년 히말라야 람중히말(6,968m)여성원정대장을 맡았었다. 그는 어느 남자대원보다 공격조에 끼이기를 원했으나 결국 양보했다. 대신 베이스 캠프에 남아 무전교신을 하며 탐험상황을 파악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눈과 얼음위의 텐트에서 혼자남아 50여일을 견뎌야 한다. 

 아직 시집을 안간 그는 『이번 원정도 물론 집안에서는 반대』라며 『11년전 히말라야에 갈때는 반대가 끔찍했지만 지금은 별것 아니다』며 웃었다.

 남극점탐험 계획은 2년여전 허씨가 고인경원장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무르익기 시작했다. 두사람은 등산인들 모임인 히말라얀클럽에서 만나 산사나이의 진솔한 우정을 맺고 있던 터였다. 이들은 지난 3월 초모랑마(중국령 에베레스트)원정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탐험문화가 없습니다. 가혹한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민족의 기상을 길러야 하는데 아직 그런 의식이 부족해요. 허영호같은 탐험가가 많이 나와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탐험대원들은 걸어서 땅끝까지 간다. 남극탐험의 역사는 고통의 기록으로 점철된 극복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국일보남극점탐험대원들은 모든고난을 각오하고 떠난다. 그러나 이들은 『살아서 돌아오는것에 모험의 참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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