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안의 미국 하원 통과는 냉전후 세계질서의 방향을 결정짓는 상징적 사건의 하나로 평가될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여론은 캐나다·멕시코를 미국과 묶어서 거대한 단일 경제권으로 만들려는 이 협정안에 찬반이 백중했다. 그래서 이 협정안의 의회통과에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생명이 걸렸다고 할만큼 시비가 컸다. 상원의 비준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미국은 이제 새로운 경제적 도전을 택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상원의 비준까지 끝내면 남으로 멕시코로부터 북의 알래스카에 이르는 거대한 단일 경제권의 기초가 짜이게 된다. 북미 3개국은 인구규모가 3억6천만명에 6조7천7백억달러의 역내총생산으로 유럽공동체(EC)와 맞먹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게 될것이다.
우선 미국의 하원은 이러한 거대 경제권화가 전체적으로 경제규모의 확대를 가져올것이라는 낙관론을 택했다. 클린턴대통령의 주장에 의하면 2년동안 20만명의 새로운 고용창출효과가 있을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의 고도산업은 새로운 기술혁신과 경영확대를 달성해서 21세기를 겨냥할 수 있을것이라는 낙관론이 그 밑바닥에 있다.
그러나 울타리밖 역외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배타적 색채가 짙은 북미블록의 출현은 새로운 도전을 뜻한다.
이 협정안의 핵심은 두말할것도 없이 3국간 교역에 있어서 관세·비관세의 모든 장벽을 15년에 걸쳐 완전 철폐한다는것이다. 그 주된 목표는 평균 11%에 이르는 수입관세로 보호되고 있는 멕시코시장이다.
게다가 섬유·전기·전자등 미국의 자본과 기술로 경쟁기반을 다진 멕시코는 북미시장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할것이다.
어정쩡한 중진국수준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제 북미시장에서 앞뒤로 힘겨운 경쟁압력을 받게 될것이다.
문제는 북미시장이 아니다.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해온 쪽에서는 이 협정이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시장을 개방케하고,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에 중요한 전제가 될것임을 강조해왔다.
18일 시애틀에서 막을 올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협력(에이펙) 정상회담은 어떤 형태로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단일시장지향형으로 바꾸는 노력의 시발점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은 경제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크다.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확실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냉전상황에 묶여있는 우리로서도 새로운 장기적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적어도 지역블록화를 저울질하는 감각의 전환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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