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서/천자문위의 작품 등 60여점/판화·설치미술도… 다양한 이미지 표현 「물방울 그림」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온 재불화가 김창렬씨(64)의 대규모 회고전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11월27일∼12월21일)에서, 근작전이 갤러리현대(12월1∼15일·734―8215)에서 각각 펼쳐진다. 이 전시회들은 지난 30년 동안 그려진 물방울들과, 물방울을 이용한 다양한 설치미술들을 보여준다. 그의 물방울들은 이제 대하 같은 커다란 미술세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서울 작업장에서 만난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회는 꼭 하고 싶던 일이었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내가 해온 작업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유럽, 미국, 일본등에서 모두 58회의 전시회를 열면서 「물방울 작가」로 널리 알려진 그는 물방울에 대한 이미지의 탐구와 변주에 열정을 기울여 왔다.
바람이 불면 후두두 떨어져버릴것 같은 그의 명징한 「물방울」들은 그림의 소재로서 이채로웠고 불러일으킨 반향 또한 매우 경탄스러운것이었다. 스며들거나 증발함으로써 덧없이 사라질 운명 앞에서 한 순간 영롱하게 맺혀 있는 그 물방울들은 생성과 소멸의 한 절정에서 빛나고 있다.
『지금의 물방울 그림이 나온것은 1972년입니다. 그 전에는 예리한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불투명한 액체방울을 그렸는데, 어느날 우연히 햇빛 속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물방울을 보고 흥분해서 그뒤로 물방울만 그렸지요』
그의 물방울들은 일종의 착시기법에 속하는 극사실주의적 묘사로 실재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물방울들은 시기별로 생마의 캔버스 위에, 피가로지 위에, 낙엽 위에, 묵향 그윽한 천자문 위에 각각 자리 잡으면서 명석한 이미지와 정서를 창출해냈다.
『요즘은 물방울 아래 배경처럼 자리잡은 활자체 천자문을 양각에서 음각으로 바꾸기도 하고, 또한 그것들을 먹빛깔에서 적색으로 대체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에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미대에서 수학하고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판화 수업을 한 그는 선과 점에 의한 실험작업을 하다가 뉴욕을 거쳐 69년 이후 파리에 정착했다. 지금은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출품작들은 8, 5, 3 길이의 대작을 포함해서 연대별로 변천해온 물방울 그림 60여점과 판화, 드로잉, 설치미술들이다. 설치미술들은 모래 위에서 유리로 만들어져 물이 흘러내리는 물방울, 오석과 상주석 또는 철판 위에 올려져 있는 물방울, 물방울이 속에 들어 있는 구리상자, 전지로 불이 비치는 가운데 놓여 있는 물방울등 다양해서 물방울의 이미지가 다각적으로 변주된다.【박내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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