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바람에 음성·지능화/“1억공사 100만원”… 처우개선 시급중소기업을 경영하는 K씨는 최근강원도에 수억원을 들여 공장을 신축하면서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애를 태운 적이 있다.
당시 군청의 담당공무원은 『공장부지 인근주민들로부터 공장설립 반대민원이 제기돼있다』는 이유로 한달 가까이 허가를 미루면서 『오해를 살 우려가 있으니 절대 찾아오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던중 그 지역에 사는 설계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담당공무원과 친분도 있고 업무관계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으니 허가문제는 내게 맡겨달라』고 해 「봉투」를 준뒤 5일후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설계사에게도 별도의 사례비를 주었다.
K씨는 「봉투」규모에 대해 『건축허가의 경우 1억원공사는 1백만원, 5억원공사는 2백만원, 10억원공사는 3백만∼4백만원등 「협정가격」이 있다』며 『때가 때인지라 이 기준에 얼마를 더 얹어 주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공직사회 이제 뛰자」시리즈를 시작한 이틀째인 12일 본사에는 서울시내 한 파출소소속 의경이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단속을 둘러싼 금품수수가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으며 수수액수는 훨씬 단위가 높아졌다고 제보했다.
지난11일 밤10시부터 12일 상오2시까지 파출소직원과 자신을 포함한 의경 2명이 한 조가 돼 관내유흥업소 단속에 나서 미성년자를 출입시키고 술을 판 노래방 2곳을 적발했으나 파출소직원이 업주들로부터 돈을 받고 눈감아주었다는 것이다. 단속이 끝나자 파출소직원은 전보다 5배가량 많은 10만원을 주며 입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계속되고 있는 사정과 자정노력으로 공무원들의 금품수수사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함께 공직자재산등록·공개와 금융실명제 실시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증감상태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돼 금품수수가 더욱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십년간 이어져온 공직사회의 병폐인 금품수수 관행은 근절되지 않은채 잔존하고 있다. 사정정국하에서도 건축·환경·위생등 주로 대민행정분야 민원업무를 둘러싸고 음성적이고 지능적으로 금품이 오가고 있으며 「위험수당」이 추가돼 전보다 액수가 커졌다는 게 민원인들의 얘기다.
최근 공보처가 전문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실시한 「일선공무원의 대민행정관련 부조리실태조사」는 공직사회에서 아직도 금품수수가 행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지난 7월19일부터 31일까지 서울·부산·대구·광주등 4대도시의 판매·유흥·요식·제조·건설·임대업주 6백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에 의하면 새 정부의 사정작업이 시작된 직후와 조사시점전 1개월내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대답한 업주는 각각 82명, 33명으로 사정전(2백92명·응답자의 48.6%)보다 줄기는 했으나 전체응답자의 19.1%나 됐다.
1회평균 제공금품액수는 사정전이 6만1백63원, 사정후 6만8천7백71원, 조사시점전후 1개월이 7만5천원등으로 갈수록 액수가 커지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었다.
금품제공대상기관은 경찰이 시점에 관계 없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세무서, 구청, 소방서 순이었다. 사정이 시작된뒤 사업장을 찾아가 돈을 받은 경우도 75%나 됐다.
공직생활 18년째인 서울A구청 K씨는 『사정이후 일선공무원들 사이에 「생활이 안된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는 만큼 공무원들이 금품수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는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근본적으로 비리를 차단할 수 있는 처우개선책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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