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협상·안보회의 보고서에도 빠져/정부,원칙론강조속 「생략」의도 촉각 북한핵문제가 미국과 북한사이의 협상사안으로 굳어져가고 양측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괄타결」방식에 어느정도 합의점을 찾아가는듯 하자 이번에는 한미간의 의견조율과 공감대 형성문제가 묘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미북간의 막후접촉에서 논의되던 일괄타결방식이 강석주북한외교부부부장의 성명으로 공개제의되고 매커리미국무부대변인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내에서 온건론이 고조되면서 대북관계개선과 북의 핵사찰수용을 일괄교환해서라도 핵문제를 타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는것이다. 더구나 아태경제협력체(APEC) 지도자회의와 이를 전후로 준비된 한미·한중·미일·미중정상회담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것이어서 현재까지 합의된 미북간의 일괄타결 방안이 북한핵해결의 요체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북간에 의견접근을 본것으로 돼있는 일괄타결의 조건중에 남북상호핵사찰을 위한 남북대화의 진전이란 전제조건이「생략」돼 있는것으로 알려지자 우리정부는 진상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미북접촉내용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1일 강부부장은 『사찰장비를 단순히 교체하는 이상으로 사찰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며 확대사찰의 수용을 제안했고 미국측은 이에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양측의 이같은 「합의」내용중에는 어느곳에도 남북문제의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에대해 남북대화의 진전이 미북2단계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3단계회담의 뚜렷한 전제조건임을 강조하면서 매커리대변인 발언의 「진의와 내용」을 검토한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승주외무장관은 『미북간의 일괄타결에는 반드시 전제돼야 할 단계가 있다』면서 『이 단계가 생략된채 일괄타결이 되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부동의 입장을 천명했었다.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SC)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즉각 수용할 경우 미국이 팀스피리트훈련을 포기할것을 클린턴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했다.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 레스 애스핀국방장관 앤서니 레이크대통령안보보좌관등이 참석해 작성한 이 건의서를 기반으로 클린턴대통령은 APEC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각국의 정상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전달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핵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최종결론이 될 수 있는 이날의 NSC보고서에도 「남북대화의 진전」이라는 당연한 전제조건의 언급이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당국자들은 한결같이 『한미간에는 한치의 이견도 있을 수 없다』거나 『남북대화의 진전은 너무나 당연한 일괄타결의 전제』라는 원칙론만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의 언론이나 외신들이 회의의 내용을 잘못 알았을것』이라거나 『그들의 추측기사에 국내언론이 과잉반응하고 있다』고만 「해명」하고 있다. 이들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대로 한미당국간에 남북대화의 진전부분이 너무나 당연한 전제이고 따라서 미북간에 일괄타결이 있기전에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판문점 실무접촉」이 재개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반대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남북대화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는 강부부장의 성명에 대한 미국무부의 환영논평은 물론 NSC의 건의서에 조차 이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것은 아무래도 한미간의 의견조율과 공감대형성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것이다. 심지어 미국이 북한핵문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미묘한 남북문제를 고의적으로 사장시킨것이 아니냐는 시각까지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미북일괄타결방식의 협상은 3단계고위급회담을 열기 위한 전제이고 남북대화의 진전문제나 북한핵시설의 특별사찰등은 3단계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2단계회담의 합의사항을 무시한 결과라는 지적을 면치못하고 있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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