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자 칼럼에서 중년이후의 재혼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쓴후 많은 독자들의 전화를 받았다. 특히 여성들의 전화가 많았는데, 재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것을 실감할수 있었다. 나에게 전화를 한 여성들은 대부분 재혼한 여성들의 경험담을 듣고 싶어했다. 재혼할 생각은 있으나 결혼후에 예상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걱정스러워서 용기를 못내고 있는데, 의논할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들과 통화하면서 생각난것이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운영하는 「기러기교실」이었다. 「기러기 교실」은 남편을 잃고 홀로된 여성들을 위한 특강인데, 지난 87년 그 강좌가 개설된후 5백여명이 참가하여 「홀로사는 삶」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들은 남편을 잃은후의 심리적·경제적인 자립, 편모로서의 자녀교육, 앞으로의 인생설계등에 관한 강의를 듣고,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면서 힘을 얻고 있다. 12주의 교육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모임을 만들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 그 강좌는 「외기러기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나, 짝잃은 외기러기들이 모여 함께 날아가고 있으니 이제는 외기러기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외」자를 떼버렸다. 이 모임에는 장관남편을 잃은 부인에서 행상으로 생계를 꾸리는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같은 아픔으로 결속하고 있다.
「기러기교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재혼교실」이나 「재혼자클럽」같은것을 만들때가 되었다. 여성단체에서 우선 특강을 개설해볼만 하다. 중매를 해주는 소개소는 많지만, 재혼의 실체에대해 준비시키고 상담해주는곳은 없으므로 재혼특강이 생기면 큰 도움이 될것이다.
재혼에 따른 문제들은 많다. 양쪽의 자녀문제, 재산문제, 호적문제등은 매우 골치아픈 상황을 빚을수 있다. 결혼사실을 호적에 올리면 어느 한쪽이 사망할경우 당연히 배우자가 재산상속을 하게되므로 자녀들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결혼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워서 재산문제에서는 분명한 의사표시를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다. 양측이 어느정도 재산을 갖고있는 경우에는 상속문제로 양측 자녀들과 빚게될 갈등을 피하기위해서 결혼은 하되 결혼신고는 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한다.
재혼한 40대의 부부가 양측자녀들의 반대에 부딪쳐 동반자살한 사건이 최근 일어났는데, 자녀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자기인생을 희생하는것은 당연하다는 생각, 부모가 자기행복을 찾아 자녀를 떠나는것은 부도덕하다는 생각, 부모의 재산은 자녀의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특히 성인이된 자녀들은 홀로된 부모의 남은 생을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홀로된 많은 여성들은 활기찬 인생의 새출발로 재혼을 고려하고 있다. 재혼했거나 재혼을 앞둔 여성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는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재혼자클럽」을 시도해 볼만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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