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중인 은행연합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전국 35개 은행장들의 모임이 지난15일 은행연합회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전체 은행권을 대표하는 연합회장을 뽑는 중요한 자리였지만 은행장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어색함과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전임회장의 사퇴이후 보름여동안 후임자 물색과 선정방법을 놓고 시중·국책·지방은행들이 「3인3색」의 심한 견해차를 보였던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부총리를 지낸 분들을 비롯해서 고위급 「전직」들이 「위로부터의 낙점」에 의해 연거푸 차지했던 자리를 스스로 투표로 뽑아야한다는 사실에 새삼스런 당혹감을 느낀 탓도 없지 않았던것 같다. 이날 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된것은 하오 4시로 돼있던 회의개막시간 하나 뿐이었다. 후보추천위를 구성하고 최종조정에 실패할 경우 표결로 들어가려던 집행부의 방침은 시작부터 벽에 부딪쳤다. 금융사상 처음인 협회장 경선을 놓고 참석자들로부터 『그간 경위를 설명해달라』 『후보추천위의 기능을 명확히 밝혀달라』는등 주문이 쏟아졌다. 은행연합회정관은 회장선출에 대해 「총회에서 재적과반수로 선출한다」고만 밝히고 있을뿐 후보추천 및 경선방법과 1·2차투표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경선은 생각지 않은 정관이기 때문일것이다. 고위층의 뜻으로 모든게 결정되던 시절에 굳이 복수후보추천이나 경선방법등 「선출규정」은 명시될 필요도 없었던것이다.
이날 회의는 공개와 비공개, 은행권별 추천후보선정을 위한 정회를 거듭하며 2시간20분만에 새 회장을 뽑았다. 회장선출에 이같은 시간이 소요된것이나 결선투표규정까지 만들어가며 은행권을 대표하는 복수후보들이 경합을 벌인것 모두 유례없는 일이었다. 결국 은행권별로 견해차는 끝까지 남았지만 은행연합회사상 처음으로 회장선임은 긴 산고끝에 「경선」이라는 민주적 틀안에서 자율적으로 마무리지어졌다. 이제 문자 그대로 은행 자율경영의 첫 걸음이 내디뎌진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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