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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기 환상벗자(「고비용」 벽을 깨자:11·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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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기 환상벗자(「고비용」 벽을 깨자:11·끝)

입력
199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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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부양책,비용3고만 심화/구멍난 경쟁력구조 근본 수리를 경제가 모처럼만에 밝은 징후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출이 늘고 투자가 회복되는 조짐이며 연말 성장률이 생각보다 높은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규모 정부투자 사업들이 내년초부터 잇달아 시행되면 경기 양상은 눈에 뛰게 달라 질거라는 전망들이다. 주가가 힘차게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1천포인트를 뚫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 어렵다던게 언제적 일이냐 싶은 분위기다.

 그러나 좋아지는 조짐때문에 걱정이 더 늘어난다는 사람들도 많다. 국가경쟁력의 기본골조에 금이 가고 구멍이 나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게 무슨 소용이며 오히려 이렇게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경기 때문에 또한번 경제의 기본골조를 수리할 기회만 놓치게 되는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근본적인 구조개선없이 다시 일어나는 거품경제에 대한 걱정이다. 

 지난 90년의 4·4경기 대책이 저절로 꺼져가는 거품(버블경기)을 다시 일으켜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의 기회를 뺏어버리고 고물가·부동산투기등으로 다시 한번 큰 거품을 일으켰던 일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8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능력은 정지상태에 있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경제의 경쟁력이 정체, 퇴보해 왔다는것이다. 정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허물어져가는 바탕은 그대로 둔채 당면한 경기회복에만 집착해서 진부한 경기대책들을 수없이 되풀이해 왔다. 

 그 결과 부글거리는 거품속에서 땅값 금리 임금등 생산의 3대요소비용만 터무니 없이 더 치솟아 강력한 「고비용구조」를 고착시키면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그 근본에서부터 허물고 더 약화시켜 버렸다. 우리경제의 경쟁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엔고등으로 다시 거품성 경기가 살아난다면 이제 정말 희망이 없다.

 상품경쟁력이든 기업경쟁력이든 또는 국가경쟁력이든 모든 경쟁력은 그 기본구조가 가격과 품질로 돼있다. 가격은 낮을수록 좋고 품질은 높을수록 좋은것이며 값싸고 품질 좋은것이 바로 모든 경쟁력의 왕도인것이다. 

 우리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들의 절반이하, 3분의1정도 수준밖에 안된다. 그리고 기술은 선진국의 5분의1이하 수준이며 대만등 중진국들에 비해서도 나을게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어디서 나와야 하는지는 자명한것이다. 가격을 결정하는것이 소득수준이고 품질수준을 결정하는것이 기술이니까 우리의 경쟁력은 아직까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은 가격에서 나와야 하는것이다.우선 가격에서 힘을 얻어 중장기적으로 기술을 키우는 방향이어야 하는것이다. 우리경제가 지난 30년 동안 초고속 「압축성장」을 해오는 동안 무기로 삼았던것도 기아임금과 지금시세의 1만분의 1도 안되는 싼 땅값, 외자와 수출금융을 비롯한 각종 특혜저리 자금등 3대생산요소비용의 강력한 「저비용구조」였다. 

 80년대 중반서부터 그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저비용구조」의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경제의 기본구조가 오히려 초「고비용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올바른 인식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성장의 엔진이 돼왔던 저비용의 가격구조가 깨지고 작동을 못하게 됐는데도 그에 대한 각성과 대응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상황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성장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낡은 사고의 틀에 묶여 진부한 경기대책을 답습하고 있는것은 마찬가지다. 

 시급한것은 낡은 사고의 틀을 과감히 깨버리고 성장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내놓는 일이다. 눈앞의 경기가 좋고 나쁜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박무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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