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난이도 조정 실패” 평가/“2차시험 무의미… 제도개선을” 16일 실시된 94학년도 제2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사종료 직후의 일부 입시전문기관들의 분석과 달리 1차때보다 훨씬 어려워 난이도조정에 실패한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7일 수험생들의 예상성적을 정밀조사한 대부분의 일선고교와 입시학원 진학담당교사들은 2차수능시험문제가 예상외로 어렵게 출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1차때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문과·이과간의 점수격차도 여전한것으로 나타나 수능시험의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만들면서 진학지도에 혼선을 빚을 전망이다. 입시지도교사들은 수리탐구1을 제외한 언어, 수리탐구2, 외국어영역등의 문제가 전반적으로 어렵고 언어영역의 경우 지문분량이 너무 길어 많은 수험생들이 시간에 쫓겨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교사들은 1차때보다 하위권은 말할것도 없고 상·중위권에서 최고 10∼20점정도 점수가 떨어질것으로 분석, 학생들과 함께 허탈해 하고 있다.
경신고 연구주임 정윤석교사(50)는 『3학년 12개반의 예상점수를 내보니 1차보다 성적이 오른 경우는 한학급에 1∼2명뿐이고 1차때 1백80점을 받은 학생이 1백56점으로 떨어지는등 전체적으로 10∼20점정도 점수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교사는 특히 『진도가 절반밖에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치른 1차시험결과를 가지고 진학상담을 해야할판』이라며 『진학지도 20년에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경우는 처음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원외국어고 이상철주임교사(43)는 『1차시험때 문제가 됐던 수리탐구1의 문과·이과 형평성에 신경을 쓰느라 전체적인 난이도조정에는 실패했다』고 말하고 『1차때 3학년 8백여명의 평균점수가 1백65점이었으나 이번에는 1백50점정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흥명문고인 부천고 학생주임 장진원교사는 『3개월을 더 공부한만큼 1차에 비해 몇점정도라도 오르는것이 바람직하며 적어도 같은 점수는 나와야 한다』며 『점수가 오히려 떨어지는 2차시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평가관리실장도 『2차시험은 1차때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는 기회가 돼야한다』고 전제, 『난이도조정이 제대로 안돼 2차수능시험을 준비해온 수험생들은 1차만 치고 본고사를 겨냥해온 학생들에 비해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점수하락현상은 2차로 나누어 시험을 치르는 현행제도의 맹점때문이며 특히 1차때와는 긴장도부터가 다른 수험생들의 응시태도에도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상위권수험생들은 일찌감치 2차수능을 포기하고 대학별고사를 준비하고 있어 중하위권학생들의 체감난이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경복고 손준모교사는 『문제가 어려워 점수가 떨어진것이 사실이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채 2차수능을 대충 본 많은 수험생들에게도 책임은 있다』고 말했다.
잠신고 김성호교사도 『이번 시험은 성적이 대체로 1차보다 부진했을뿐이지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측정한다는 측면에서는 무난한 출제였다』며 『1, 2차시험중 좋은 성적만을 고르는 현행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교사들은 또 『언어영역은 1차때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되고 수리탐구1이 쉽게 나와 상쇄됐으나 수리탐구2영역중 물리 화학 지리관련문제가 어려운 반면 사회과목은 다소 쉽게 출제돼 결과적으로 문과생들이 불리해 졌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능시험을 문과·이과로 구분해 학기가 끝나는 12월에 한차례 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립교육평가원측은 내년부터 현행처럼 문과·이과는 구분하지 않되 시험은 1차례만 치를 방침인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부는 수능시험제도개선을 포함한 95학년도 입시에 관한 기본방침을 각계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내년 2월하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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