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수능시험의 출제도 철저한 보안속에 이뤄졌다. 출제위원 검토위원 87명을 포함한 1백48명은 16일 마지막 4교시 시험종료벨이 울리기 직전인 하오4시를 조금 넘어서야 「31일간의 감금」에서 풀려났다. 국립교육평가원이 출제본부를 구성, 충북 수안보에 있는 상록호텔에 몰래 진을 친것은 지난달 17일. 서울 근교에서는 보안시설 설치가 가능한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고 조용한 곳을 찾다보니 멀리 충청도까지 내려갔다.
입구에 「내부수리중」이라는 푯말을 내걸고 4층 전체를 전세낸 출제본부는 3중경비로 외부인의 접근과 내부인의 접촉을 차단했다. 호텔 입구에서 1차 통제를 한뒤 출제위원들의 방에 들어가는 사람은 2중검색을 실시했다. 지난주 격려차 방문한 오병문교육부장관도 1차때처럼 주머니까지 샅샅이 내보여야 했다. 창문마다 철망을 설치했고 외부연결전화도 차단했을뿐 아니라 하수구 구멍까지 일부 막았다.
구내식당에서만 식사를 하게 하고 호텔지하 온천사우나를 2번밖에는 허용하지 않아 닫힌 창문으로만 단풍이 물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했다. 운동도 건물옥상에서 탁구나 배드민턴을 치는게 고작이었다. 금주에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접촉까지 차단한 가운데 4톤트럭 2대분의 참고자료를 뒤지며 3차례의 수정·보완작업을 계속하다보니 스트레스로 위염을 호소하는 위원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1차때와의 난이도를 맞추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1차때의 27명이 참여, 위원들이 어려워할 때 조언과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이들은 경비요원으로 함께 생활해온 충주경찰서 정보과 유길환경장(37)이 지난 14일 과로속에 심장마비로 순직한 사실을 알았으나 조문조차 할 수 없었다. 출제위원들은 그래서 더욱 한달이 고통스럽게 느껴졌지만 시험이 무사히 치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길에 올랐다.【이대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