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블록화 가능성 경계/APEC 목표·활동폭 파악 분주 이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대해 유럽각국은 전후 미국과 서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전개돼온 세계 경제질서의 축이 미국과 태평양권 아시아국가로 옮겨지는 구체적인 첫 신호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은근한 조바심과 더 나아가 경계와 우려도 섞여 있는 것같다. 미국이 아시아지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유럽대륙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표정도 엿보인다.
유럽언론들은 아직 APEC정상회담을 크게 보도하지는 않고 있으며 유럽의 정치지도자들도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APEC에 대한 유럽공동체(EC)의 무관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새로운 경제블록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EC의 「조심스런 주목」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해야할 것이다.
유럽국가들은 냉전종식후 이른바 유일한 「슈퍼 파워」로 등장한 미국의 새로운 외교전략과 그 움직임을 주시해왔다.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지난달말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크리스토퍼장관은 당시 『유럽이 보스니아 소말리아 아이티등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사사건건 비판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이제 서유럽은 더이상 세계의 최우선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C로서는 미국의 외교 안보정책이 본격적으로 전환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과거 냉전시대의 「특수관계」에서 최근 보스니아문제, 나토의 기능문제 및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등에서의 마찰등으로 미국과 유럽은 때때로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제정세가 냉전이데올로기에서 경제와 통상위주의 양상으로 선회하면서 두 대륙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과거처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EC통합에 대한 서로의 의구심과 UR를 둘러싼 대립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아·태경제공동체의 태동움직임은 유럽에는 분명 또다른 부담의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EC국가들은 자국주재아시아지역 외교관들을 통해 APEC의 진정한 목표와 구체적 움직임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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