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학교는 요즘「코리안 미풍」이 가을 캠퍼스를 정겹게 감싸고 있다. 22일 김영삼대통령의 학교방문을 앞두고 이른바 한국열기가 제법 고조된 때문이다. 학교 곳곳에는 김대통령의 기념연설일정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나붙었고 학생들은 제한된 연설회 입장티켓을 서로 먼저 구하려고 아우성들이다. 개교 1백주년 기념행사의 하나이고 국가원수의 연설로는 클린턴 미대통령에 이어 김대통령 한명만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그만큼 관심이나 무게가 남다를 법도 하다. 학교측이 각계에 보낸 초청장에도 김대통령에 대한 설명으로「한국최초의 문민대통령(KOREA,S FIRST CIVILIAN PRESIDENT)」이라는 대목이 선명히 부각돼 있다.
이 때문에 제일 신이 난 사람들은 역시 한국학생들이다. 18일에는 김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학생들의「한국축제」를 대광장에서 선 보일 예정이다. 과거 대통령의 방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게 그들의 솔직한 설명이다. 이들이 주로 모여 얘기꽃을 피우는 도서관앞 광장 한켠에는 한국산 벚나무 4그루가 나란히 심어져있다. 개교 50주년 되던 해인 지난 1943년 당시 독립운동지도자였던 이승만전대통령이 『한국의 독립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살아있는 상징』이라고 쓰인 기념비와 함께 자그마한 한국의 뜰을 조성해놓은 자리다.
이 자리를 두고 요즘 학생들 입에서는『김대통령이 이번에 무궁화를 심어놓고 가면 어떨까』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개교50주년과 1백주년을 한국의 최고지도자가 각각 기념하는 셈이 될테니 각별한 의미가 있을것 같다는 얘기다.
이전대통령이 건국이후 독재의 대명사처럼 불리는데 비해 김대통령이 문민대통령으로 통하는 대비도 역사성을 가지리라는것이다. 그러나 듣기로는 이 계획을 당초 청와대측이 적극 고려했다가 뒤늦게 취소했다고 한다. 장소가 너무 개방돼 있고 날이 일찍 어두워져 경호상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주된 취소이유라는것이다.
경호상의 이유를 이해못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무궁화식수가 취소된것은 아무래도 아까운 아이디어인것 같다. 김대통령을 보는 이곳의 분위기를 생각할수록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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