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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한직만 달라”(공직사회 이제 뛰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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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한직만 달라”(공직사회 이제 뛰자:4)

입력
199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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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좋은 부서」 발령 오히려 항의/융통성 전혀없고 “법대로” 고집/“민원인 인사조차 겁난다” 국민기피 현상 요즈음 공직사회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공무원들이 민생과 직결된 이른바 물좋은 부서에 보직받기를 꺼리고 한직을 선호한다.『음지가 양지되는 때도 있다』는 역설적인 말이 공직사회에 보편화돼 있다. 한때 공무원들이 선호하던 부서가 찬밥이 됐고 현장감독업무 또는 인허가권이 있는 부서는 기피부서로 바뀌었다. 사정이 시작된 이후 공무원들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한직을 찾아 둥지를 튼뒤 다음 기회를 노리려는 속셈에서다. 

 80년대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사정바람 피하기에 익숙한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보신술이다.

 이같은 현상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가릴것 없이 거의 공통된것이다.

 건설부 고참 A과장(55·서기관)은 지난해까지만해도 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으로 나가는것이 꿈이었으나 올들어 시기가 좋지 않아 포기했다. 지방청관리국장은 골치아픈 일이 많지만「물」도 좋고 지방에서 대접도 받을 수 있어 고참과장들이 탐내는 자리였다. 그러나 사정바람이후 감독이 주업무인 지방청에 갔다가는 승진은 커녕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직받기를 오히려 기피하고 있다. A과장은 『최근 현업부서나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지방근무를 꺼리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고 소개했다.

 중요한 직책인 지방청 공사감독관도 과거에는 6∼7급공무원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들어 위험한 자리로 기피보직이 됐고 대신 건설공무원교육원등이 인기부서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부발주공사의 현장감독책임자인 공사감독관자리가 계속 기피대상이 될 경우 정부의 건설전문인력 확보에도 차질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지방행정을 총괄하는 내무부공무원들도 이른바 노른자위 보직보다는 안전한 한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그 좋다던 지방행정국에 근무하던 K씨(40·행정주사)가 민방위국으로 자원,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바람타기쉬운 자리인데다 전처럼 승진특혜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게 동료들의 얘기다.

 관세청의 경우 올상반기 사정바람이 분 이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외국에서 들여오는 이삿짐통관을 담당하는 무환과(무환과)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직원들사이에 화제가 됐었다. 무환과는 여구과(여구과) 감시과등과 함께 관세청의 알짜보직으로 인사 때면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로비가 치열했었다.

 노동부도 6급이하 직원들이 실무부서인 지방청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과등에 보직받기를 꺼려 감사부담이 적고 책임질 일도 거의 없는 지방노동위원회등이 새 인기부서가 됐고 보사부에서도 최근 위생관리과등에 발령받은 공무원이 오히려 총무과에 항의를 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최근 경찰의 총경급인사에서는 과거 경찰의 꽃으로 불리던 서울시내 요지경찰서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강력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서울 강남 서초서가 좋은 자리라는 얘기는 옛말이고 서울변두리 서장보직을 받은 총경들이 축하인사를 받는다는것이다. 요지 경찰서장을 맡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사고가 터져 문책당하느니 조용한 데서 일하는게 훨씬 낫다는것이다.  

 서울시내 A구청 민원부서 한 사무관은 『전같으면 민원인들과 점심을 먹으며 애로사항을 듣기도 하지만 지금은 감시의 눈초리 때문에 밥은 커녕 인사를 나누기도 겁난다』며 『공무원들 사이에는 한직에 앉아 법대로 처리하는게 최고의 보신책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공무원의 보신주의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데 있다. 최근 경북 G시에 기계를 납품하기 위해 찾아갔던 김모씨는 담당공무원이 융통성이 전혀 없고 규정만 들먹여 결국 납품을 포기해버렸다. 기계의 부속품에 대해 시방서에 있는 특정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더라는것이다.

 경남에서 사업을 하는 강모씨는『업무관계로 자주 만나고 식사도 하던 공무원이 최근에는 아는 척도 않는다』면서 『공무원들이 너무 자리에만 연연, 국민들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경제가 어떻게 살아나겠느냐』고 보신주의를 나무랐다.【조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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