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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대신 쑥대만 애국혼 지키고…/독립유공자 중국묘소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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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대신 쑥대만 애국혼 지키고…/독립유공자 중국묘소 실태조사

입력
199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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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경,형체 알아볼수 없게끔 살해/김기선선생 등 10명만 겨우 확인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26일 「해외안장 독립유공자 묘소실태 조사단」을 중국에 보내 낯선 하늘아래 떠돌고 있는 순국선열들의 넋을 보듬는 작업을 벌였다.

 비행기로 심양에 가서 다시 열차로 10시간여를 달려 조사단이 맨처음 찾아간 곳은 길림성 통화현 부강향. 

 전형적인 중국의 농촌마을인 이곳에는 1백여년전 고향을 등진 조선족들이 함께 살고있었다. 배고픔을 잊기위해 일제의 칼을 피해 흘러흘러 모인 이들은 학교를 세웠고 자치회를 만들었다. 민족교육이 이루어지고 무장독립단체의 군자금을 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제의 칼날이 여지없이 닥쳐들었다. 김기선 최찬화선생등 배달학교교원 7명이 일경에 끌려가 무참히 희생된 곳이다. 김기선선생의 외손자인 정정남씨는 『당시 일경이 이들 7명의 얼굴과 몸을 칼과 죽창으로 마구 찔러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만들어 입은 옷을 보고서 시신을 가려야 했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시신수습도 일제의 눈을 피해 한밤에 해야 했고 그래서 7인중 2인은 매장위치가 확실치 않았다.

 7인이 나란히 누워있는 자리에는 쑥대가 비석을 대신하고 있었다.

 조선인 공동묘지가 있다는 길림성 유하현 삼원포진에 도착한 날은 지난달 30일. 출발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찬 개울을 건너 서산이라고 불리는 야트막한 산에 올랐다.

 한족회의 유서지방 총관으로 일하는 일경에 의해 피살된 방기전선생의 묘소를 찾기 위해서 였다. 서울에서 갖고온 자료는 방기전선생의 묘소앞에 돌로 된 표지석이 있다고 설명해 놓았으나 어디에서도 표지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레째인 1일 조사단은 연길시로 떠나기에 앞서 길림성 집안시 재원진 패왕조촌에 들렀다. 조선혁명군 사령관 부관을 지내다 일군과 교전중 숨진 전응주선생의 흔적을 행여나 찾을 수 있을까해서 였다. 현지 한족주민인 부학충노인(80)은 조사단을 이곳 저곳으로 안내했지만 선생의 묘소는 찾을수 없었다.

 3일 조사단의 발걸음이 가벼워 졌다.

 독립군 분대장으로 봉오동전투에서 큰 전과를 올렸던 이화일선생의 손자 농희씨(50)와 농익씨(48)가 소식을 듣고 숙소로 찾아왔고 사흘째 되는 날부터 내내 함께 조사활동을 했던 연변사회과학원 강롱권교수가 국민회군부사령관 안무선생의 묘소를 몇해전에 답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길시 연집향 연집소학교 동산에 이화일선생이 잠들어 있었다. 비석은 없었지만 두 손자의 정성으로 묘지는 도톰한 봉분을 간직한채 제대로 보존돼 있었다. 

 안무선생의 유해는 연길시에서 조금 떨어진 화농시 농성향 태평촌 마을 뒷산에 묻혀 있었다.【연길=최성욱기자】

 ◇묘소 확인된 독립유공자 업적

 ▲안무(1883년 6월29일∼1924년 9월7일)=함북 경성생. 대한제국군 교련관으로 있다 경술국치때 간도로 망명. 3·1운동직후 길림성 연길 화농등지에서 결성된 대한국민회군 부사령관으로 항일투쟁. 1920년 10월 청산리대첩에서는 홍범도장군의 연합군으로 참전해 큰 전과를 올림. 1924년 9월 일경과의 교전중 중상을 입고 체포된뒤 하루만에 순국. 1980년 건국훈장 국민장.

 ▲김원식(1888년 8월28일∼?)=경북 안동생. 1919년 안동만세시위를 주도한 뒤 간도로 망명, 서로군정서에 가입. 1934년 2월에 재만한국독립당과 한국혁명당을 통합해 신한독립당을 결성. 1968년 건국훈장 국민장.

 ▲이화일(1882년 12월∼1951년 ?)=함북 경성생. 1920년 6월 홍범도장군 부대의 분대장으로 활약, 일본군을 봉오동계곡으로 유인해 1백20여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림. 1951년 길림성 농정에서 병사. 1977년 건국훈장 국민장.

 ▲손병헌(1870년∼1946년 2월)=경북 영천생. 1922년 8월 무장독립군 8개단체가 모인 대한통의부 참모로 활동. 1926년부터 길림성 농정의 대성학교에서 민족교육을 하는등 후진 양성에 주력.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강백규(1881년 ?∼1946년 9월)=1914년 길림성 화농에 청호학교를 설립, 민족교육활동. 1924년 국민위원회에서 후보 국민위원으로 선출돼 국민공보등을 발간. 1963년 대통령표창.

 ▲김기선(1888년 ?∼1920년 11월3일)=최찬화(1895년 ?∼1920년 11월3일) 조용석(1861년 8월∼1920년 11월3일) 김기준(1895년 ?∼1920년 11월3일) 승대언(1874년 ?∼1920년 11월3일)=길림성 통화지역에서 배달학교를 설립해 민족교육, 조선인 자치활동등을 통해 항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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