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는 북한이 지난 3월 NPT(핵확산금지협정)를 탈퇴한 시점부터 한반도 차원을 넘어 세계평화 및 안전과 관련되는 세계적 과제로 부상했음은 잘 알려진대로다. 따라서 북한의 완강한 사찰거부에 대해 미국안에서 강경제재론이 고개를 들어 긴장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주 열리는 APEC(아태경제협력체)정상회담은 북핵해결방안을 심도있게 모색하는 계기가 될것으로 보아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 특히 참가국중 한·미·중·일등 4개국은 바로 북한핵의 직접 내지 준당사국들이어서 연쇄개별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의 해결안을 모색하거나 아니면 각국의 이해와 입장을 어느정도 조률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유엔총회가 만장일치로 핵사찰 수용촉구를 결의한 이후에도 일전불사를 외치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응 할것이냐는것과 특히 이 회의를 겨냥하여 지난주 북한이 강석주외교부부장의 이름으로 성명한 유화적제스처, 즉 대미일괄타결제의에 이들 국가가 어떤 반응을 보일것인가 하는것이다.
사실 한·미·중·일등 4개국중 북한핵문제의 제1의 당사국은 한국임에도 북한은 의식적으로 한국을 제치고 대미대화와 타결을 추진하는가 하면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의 관계정상화까지 기도하려 하고있다. 때문에 북핵해결의 내용과 추진방향은 장차 남북한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질서 재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만큼 취임후 첫 나들이로 본격적인 정상외교에 나서는 김영삼대통령은 어깨가 여간 무거운것이 아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2단계회담 합의사항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과 남북대화를 이행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의 일괄타결을 내세우는 속셈은 뻔하다. 즉 핵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것을 미끼로 미국으로부터 관계정상화, 적대행위중지와 함께 김부자체제보장, 팀스피리트훈련중단, 경수로원자로건설지원등을 받아 내겠다는것이다.
우리는 북한핵문제가 어디까지나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북한이 추진하는 이런 형태의 일괄타결은 용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이는 그저 저들의 대미접근이 싫어서 막으려는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북한의 평화의지가 확고하게 검증되는 원칙하에서 몇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실천해야할 사항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핵의 모든것에 대해 IAEA의 특별사찰과 남북한간의 상호사찰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이다. 핵개발을 중단하고 대남적화침략계획을 완전 포기하며 휴전선일대에 전진배치된 병력을 후방으로 철수시키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럴 경우에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적대행위를 철회하며 팀스피리트훈련도 중지하고 나아가 한국은 북한의 경수로원자로건설지원은 물론 활발한 남북대화를 통해 식량지원및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게 될것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미·중·일의 정상들과 개별회담에서 일괄타결의 필수적 조건의 참뜻을 확실히 납득시켜서 주변강대국들이 이의 실행에 적극 협력할 수 있도록 다짐을 받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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