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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예절·근면… 세번의 놀라움/버루한 가잘(내가본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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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예절·근면… 세번의 놀라움/버루한 가잘(내가본 한국 한국인)

입력
199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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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환대하는 따뜻한 정 감동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날 대일본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지도 벌써 2주일 가까이 지났다.

 아직까지 우리 대사관에는 이라크의 축구팀을 칭찬하는 팩스와 편지가 도착하고 있다. 서신의 내용들은 축구팀에 감사하는 뜻을 전하는게 대부분이지만 이라크 국민을 칭찬해주는 고마운 글귀들도 적지 않았다. 돈을 주겠다고 제의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난데 대해서는 정중한 사절의 뜻을 전했지만 몹시 놀라기도 했다.

 나같은 직업외교관은 여러나라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며 놀라운 일을 많이 겪는다. 그 중에서도 지난2주일간 나와 우리 대사관직원들이 겪었던 경험들은 좀체로 잊혀지지 않을 일일것이다. 물론 한국인들이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순간 느꼈던 그 감동의 수준에는 못미칠지 모르지만.

 카타르 도하에서의 경기종료 10초전,아흐마드선수의 골이 터지기 훨씬전부터 한국은 나에게 경이적인 나라로 비쳐져 있었다. 60년대까지 80달러정도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90년대 6천7백49달러로 치솟고 특히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시아의 4마리 용중의 하나로 불릴 정도의 발전을 이룩했다니 믿어지지 않을 일이다. 한국이 폐허속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것은 한국인의 근면성과 노력때문이었을것이다. 서울에 부임한뒤 4년여동안 한국인들이 사무실에서,그리고 산업현장에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이처럼 일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내가 받은 우선 한 가지의 놀라움이다.

 한국인들은 예의가 바르다.서로 서로 예의를 표시하는 모습에 감복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한번도 불쾌해진 적이 없었다. 예절바르고 조심스러운 말들,그리고 연장자에대한 깊은 존경심등은 한국인들이 앞으로도 늘 간직하기를 바란다.

 한국인들은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관습이 있으며 특히 어떤 이로움을 얻었을때 대단히 환대한다. 지난 10월28일 이라크―일본간의  경기이후 한국인들의 이같은 특징은 가장 잘 나타났다. 노력해서 번영을 얻은 사람들이 베풀기도 좋아하는 법일까.

 한국인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테이블위에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들이 너무나도 많아 놀랐다. 오늘의 경제발전을 위해 그토록 고생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빈곤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이처럼 손님을 환대하고 아낌없이 베푸는 모습은 분명 감동이라고 표현해도 될것같다.

 그동안 대사관에 전해진 감사의 말,글,바바감독과 아흐마드선수를 비롯한 이라크축구팀에 보내달라는 선물과 한국을 방문해달라는 초대장들. 늘 손님을 환대하는 한국인들이 하물며 뜻하지않게 이라크선수들의 경기결과에 따라 본선진출의 길을 닦게 됐으니 도저히 참지 못하고 엄청난 호의들을 보내온것이다. 이같은 호의들이 하나하나 쌓여 한국과 이라크간에 우호협력증진을 위한 좋은 바탕이 마련된다는것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임기가 끝나 곧 한국을 떠나게 된다. 한국일보가 제공한 이 기회를 통해 직접 작별을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슬픈 마음으로 떠난다는 뜻을 전하고싶다. 한국인들이 보여준 3가지의 놀라움을 늘 잊지 않고 기회만 닿으면 이 나라를 다시 찾기를 주저하지 않을것이다.<주한이라크공화국 대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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