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포용·회원국확대 논의/「자유무역지대」 기본문서 채택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는 이지역 경제성장의 심화라는 공동목표외에 역내 「소블록」사이의 이해를 조정, 북미지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주변국들과의 유대를 이어주는 긴밀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APEC의 위상은 처음 발족될 때부터 지난해의 제4차 방콕회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애틀회의에서 「무역과 투자에 관한 기본문서」를 선언 형식으로 채택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뚜렷이 드러낼 전망이다.
권병현외무부정책기획실장은 이와관련, 『북미지역과 아시아는 APEC의 미래에 다같이 중요하므로 태평양 량안의 분리를 방지해 통합경제권을 일궈내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이번회의에서는 APEC이 태평양의 동서를 잇는 새로운 고리 역할을 할수있도록 함께 노력할것』이라고 설명하고있다.
긴밀한 조정자로서 APEC의 역할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아세안국가들간의 상충을 「무역투자 자유화」의 틀속으로 묶어내고 ▲미일등 기술자원중심의 경제권과 중국 아세안등 노동집약적 경제권 사이의 교류를 중재해 내고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부각되고있는 중국·대만·홍콩간의「하나의 중국―세개의 회원국」문제에대한 입장을 정리하며 ▲APEC자체에 다소 소극적인 아세안국가들에 적극적인 유인을 제공해내는 방법마련등이 될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역내 교역자유화와 관련, 이번 각료회의에서 채택할 「무역과 투자에 관한 기본문서(TIF)」는 아태지역전체를 궁극적으로 자유무역지대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될것이며 각료회의에 이어 열릴 지도자회의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정치적 선언까지 채택할 계획이다. 또 TIF선언을 구체화하기위해 각국의 고위급 경제 통상관리들로 구성된 무역투자위원회(TIC)를 설치, 구체적 사업실천에 들어가게된다.
TIC는 94년도의 공동사업을 이미 확정, ▲통관절차 간소화 ▲관세율 정보망 설치 ▲시장접근의 행정적 측면 개선 ▲표준의 상호조화 ▲중소기업진흥방안 모색 ▲저명인사그룹(EPG)건의사항 검토등 10개사업에 대한 구체적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사업중 중소기업진흥방안 모색등은 아세안국가들의 적극적인 APEC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회의에서 특별히 제도화된것으로 앞으로 이에대한 기대가 크다는 지적이다.또 APEC이 다른 경제공동체와 달리 선진국과 중·후진국이 망라돼있어 기술과 자본은 물론 시장조사와 상표표준화방안까지 규정하고있는 TIC사업은 상호교류의 실질적 효과가 가시화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있다.
APEC이 이번 시애틀회의에서 해결해야할 또하나의 과제는 명실상부한 아태협력권을 엮기위해 회원국간의 동등성을 확보하고 중남미지역까지 그 범위를 확산하는 문제이다. 회원국간의 문제로는 이번회의에 아예 불참하고있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아세안국가들이 갖고있는 경제종속성에 대한 우려이다. 아세안국가들은 아태지역에서의 경제협력에는 찬성하면서도 APEC의 역할강화가 자신의 입지약화로 이어질것을 크게 우려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이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일본까지 APEC과 아세안사이의 「등거리 관계」를 견지하려하고 있어 APEC결속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하나의 문제는 이른바 「세 중국」간의 갈등. 중국과 대만 홍콩은 동등한 회원국이면서도 이번회의에는 중국만이 정상인 강택민국가주석을 참석시키고 대만과 홍콩은 각료급을 파견했다. 이는 물론 중국측의 주장때문에 이뤄진 결과이지만 중국이「하나의 중국」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같은 파행은 계속될것이며 아태지역의 정치경제공동체모색을 위한 APEC지도자회담의 정례화마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같은 APEC의 과제 속에서 우리의 입지도 모색되어야 할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선언한 「신외교」가 아시아중시를 표방하고있고 신외교의 다원화방침이 아태지역에로의 진출을 의미하고있어 APEC회원국간의 긴밀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는것이다. 또 중국을 회원국으로 끌어들이는데는 지난91년의 서울회의가 계기가 됐으며 당시 「하나의 중국」과 「3개중국의 동참」이란 절충점을 고안해낸것이 우리라는 점을 들어 우리의 중재역할에 기대를 걸만 하다. 우리나라가 APEC을 제외한 그 어떠한 정치·경제적 「소블록」에도 가입돼 있지않다는 독립성은 이같은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있기도 한것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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