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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강경기류에 “타협” 제스처/북한 강석주 핵 일괄타결요구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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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강경기류에 “타협” 제스처/북한 강석주 핵 일괄타결요구 안팎

입력
199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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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협상안 공표… 국제적담보 확보 속셈/북 특유 「벼랑끝 합의」 신호… 미 반응 주목 강석주북한외교부 부부장은 지난11일 북한핵 해결과 관련, 『미북간에 「일괄타결」형식이 채택되어 서로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북고위급회담의 한쪽 당사자인 강부부장의 이같은 성명은 새로운 입장변화나 협상여지를 담고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급박한 시의성과 주변의 제반여건등을 감안할 때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지난 9일 뉴욕의 제5차 미북막후접촉을 먼저 제의해왔던 사실과 함께 북한이 지금의 시기를 협상의 적기로 파악하고있다는 의사표현으로도 볼수 있다는것이다.

 강부부장이 제의한 일괄타결 방식에 의한 문제해결은 미북간의 뉴욕막후접촉에서 꾸준히 협의됐던것이며 사실상 양측이 이에 합의한것으로 알려진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를 돌연 성명의 형식으로 공개 발표한것은 그동안의 물밑대화를 공론화시킴으로써 이에대한 미국측의 약속을 국제적으로 담보해 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일괄타결의 상호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있다는 점이 시선을 끌고있다. 즉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위협과 적대정책을 포기한다』는 약속과 『북한은 핵안전협정을 완전히 이행한다』는 다짐을 동시교환할 경우 자신들의 핵문제는 순조롭게 해결될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그동안 미북간의「선후논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고위급회담의 유일한 돌파구로 인식되어 왔던것이다. 다만 제반조건들의 이행순서에는 어쩔수없는 시차가 있게 마련이고 따라서 북한측으로서는 이에대한 국제적 담보가 절실할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때 「핵위협과 적대정책포기」라는 미국의 약속은 대단히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선제불사용선언(NSA)이나 관계개선의 약속은 동시에 얻어낼수 있는것이지만 경제협력에서 미북수교까지를 염두에 두고있는 북한으로서는 적대정책포기에 대한 확실한 보장책이 있어야한다는 계산이다.

 반면에 자신들이 일괄타결의 테이블에 내놓아야 할것은 다분히 일시적일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북한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비록 임시사찰의 수준일지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의 완전복귀를 의미하는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사찰로 이어지는 핵투명성 제공까지가 예견된 스케줄에 필연적으로 얽매이지 않을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NPT탈퇴선언을 유보한다』는 표현으로 한껏 얻어냈던 미국과의 협상자체가 무의미해지게 된다는 것이 북한측의 새로운 우려인 것이다.

 이같은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때 강부부장의 성명은 일단 북한측의 미국에 대한 협상제의로 파악하는 시각이 많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 9일의 막후접촉에서 미국내의 대북강경론을 확인하고 협상의 적기로 판단한것 같다』면서 『이는 북한이 즐겨 써온 「절벽끝에서의 합의」방식의 일환일것』이라고 진단했다.

 어쨌든 강부부장이 공개적으로 일괄타결을 제의해온데 대해 협상의 다른 한쪽인 미국은 나름대로의 입장표명을 미룰수 없게 됐다.미국이 기존의 공개입장인 「선핵사찰수용 후관계개선」을 주장하든, 북한이 공개해버린 「일괄타결안」을 수용하든, 혹은 새로운 협상방안제시나 협상종언의 선언이든 그 시한이 얼마 남아있지 않게 되어 버렸다. 북한은 이번 성명으로 마지막 카드를 소진해버렸다는 인상을 주려하고 있기때문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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