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 20년새 1백배 폭등/창업 자금중 용지비 38%나 차지 67년 착공한 경인고속도로 건설공사에서 토지수용비는 모두 5억5천만원이었다. 88년 비슷한 길이의 신갈안산 도로를 착공하기 위해 땅값만 5백54억원이 들었다. 수도권지역의 땅값이 20년동안 1백배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판교구리간 고속도로(91년말 개통)의 ㎞당 건설비는 자그마치 1백11억원을 웃돈다. 경인·경부·호남·남해·영동등 70년대 중반까지 뚫린 우리나라 주요 고속도로 건설비가 대개 ㎞당 1억원 안팎이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물론 그동안 우리 경제의 규모나 화폐가치가 엄청나게 변했으므로 액면 금액만을 단순 비교해서는 무의미하다. 그렇지만 최근 수송비를 비롯한 물류비용이 매출액의 17%를 웃돌아 제조업 경쟁력약화의 주요인으로 꼽히는게 현실이다.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고속도 건설등 공공투자사업이 엄청난 땅값 부담때문에 난관에 부딪친 사정은 「고비용」구조가 국가경쟁력 회복에 미치는 부작용을 잘 설명해 주는 셈이다. 정부가 98년까지 도로 철도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하려는 88조원 가운데 토지보상비가 적어도 절반을 웃돌 전망이니 고지가에 따른 「경쟁력 루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땅값 상승은 물가임금금리로 이어지는 「고비용」악순환의 핵심고리다.
지금까지 부동산가격이 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과 물가상승, 임금인상 요구와 노사분규로 이어지는 도미노현상이 진행됐다.
수년째 정부가 임금안정 유도시책 속에 근로자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단골메뉴처럼 앞세워온 사실에서 이같은 악순환 구조의 존재를 잘 알 수 있다.
땅값 상승은 또 고금리를 부추기고 고착시키는 토대다. 부동산투기로 단번에 몇곱절, 줄잡아 20∼ 30%이상 고수익이 보장되는 상황에 은행은웬만한 고금리가 아니면 예금을 끌어들일 방법이 없다. 또 대출받아 땅을 사도 거뜬히 이자가 빠지니 금융기관은 뒤탈 걱정없이 고금리의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땅에 관한 한 국내 기업인들은 명백히 「두 얼굴」의 소유자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창업비용 가운데 용지구입비가 평균 2억원으로 설비투자자금의 38%수준에 이르는것으로 나타났다. 땅값을 충당할 자금이 없는 경우 엄청난 임대료에 쫓기며 무등록 공장을 꾸리거나 창업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순수 생산활동보다 땅값 상승에 따른 부수입을 만끽 해 온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원진레이온이나 상당수 신발업체처럼 「회사는 망해도 땅은 남는다」는 모순이 성립되는 배경도 바로 고비용 구조이다. 그렇지만 고지가는 이제 명백히 기업인들을 경쟁력 침체의 끝없는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늪」이 되고있다.
부동산 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도 수년째 도쿄 오사카등 주요 지역에서 해마다 20∼ 30%씩 공시지가가 낮아지는 지가 폭락사태를 빚고 있다.
반면 해마다 두자리수 폭등을 거듭한 국내 땅값은 지난해 겨우 1·27% 내렸을 뿐이다. 『땅값은 결국 오른다』는 「토지신화」가 휴화산처럼 내연중인 상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과잉통화 토지규제완화등 땅값을 다시 흔들 악재가 너무 많다는 우려가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비용3고」연쇄폭발을 이겨낼 힘이 있을까.【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