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95년이전 실현”/통일중간단계「남북연합」 99년께 가능/95년 김정일 전권장악이후 경제개혁□러 사회과학 아카데미 김명호박사 논문발췌
북한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정세가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한반도문제전문가들은 남북한의 평화통일이 2005년께 가능할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사회과학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연구위원인 김명호박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예측하고 95년 이전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성사될것으로 예상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러시아학자들은 극동연구소·동양학연구소·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전쟁사연구소·모스크바국립대학·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원등에 소속된 한반도문제전문가들과 러시아외무부·프라우다지등 각계의 한반도담당자들이다. 김박사는 이 설문 조사결과를 종합, 「북한체제의 변화와 남북한 관계 전망」이란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주】
▷권력승계◁ 김일성의 퇴진이 북한체제변화의 가장 직접적 변수이다. 김일성은 퇴진에 대비해 그동안 후계체제를 강화해 왔으며 이같은 조치는 그가 살아있는한 오는 95년까지 계속될것이다.
김정일은 이에따라 95년까지 사실상 북한의 전권을 장악하고 오는 96년께 김일성이 사망하더라도 권력승계과정에서 체제내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일부 전문가들이 권력투쟁과정에서의 김정일실각, 보수강경파(혁명1세대 포함)와 실용파간 내전가능성등을 제기했으나 보수강경파가 축출되고 김정일의 전권장악이 이루어지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군부는 김정일에게 충성,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은것으로 예측됐다.
▷주체사상과 김일성◁ 김일성사망이후 주체사상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일성주의는 통치기간중의 카리스마적 영향력때문에 상당기간 지속될것으로 보이나 김정일주의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김일성사망과 권력세습을 전후해 권력엘리트들이 대거 교체될것이며 김정일은 이를 통해 통치기반확보에 주력할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일은 주체사상의 변화에 따라 대외개방(96∼98년)을 추진하되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사상이나 문화적 영향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일것이다.
▷경제개혁◁ 2∼3년간 경제난이 더욱 심화될것이며 외채상환문제로 인한 대외경제관계에 고초를 겪을 전망이다. 경제파탄을 극복키 위해 95년까지 긴축경제정책을 실시하고 경제특구창설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에 건설인력파견, 과학기술전문가양성 및 서방의 첨단과학기술정보수집등에 주력할것이다.
이같은 노력은 96∼98년중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돼 경제구조개편과 대유엔 경제원조요청등 대외개방적 시장사회주의정책으로의 변화를 모색할것이다.
이는 김일성사후 중국식 개혁방법이 채택된다는 전제하에 나온 예측이다. 이 경우 비록 소수의견이지만 오는 99년∼2001년께 부분적 사유화채택과 중소기업의 민영화 가능성도 예측됐다.
▷사회통제와 민주화◁ 권력승계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치참여욕구가 증대하고 사회의 다원화분위기가 조성될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96∼98년기간중 반체제세력이 성장,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등 사회적 동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것이 다수의견이며 반체제소요사태로 99년∼2001년사이 정치적 탄압을 피해 서방이나 남한으로 망명을 원하는 엘리트들이 늘어날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내 정세급변과 체제적응 방안으로 96∼98년 노동당은 새로운 대내외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것이 다수의견이다. 그러나 소수의견으로 98년을 전후해 노동당이 아예 정계로부터 축축될 가능성도 있는것으로 지적됐다.
▷대외관계◁ 냉각된 러시아와의 관계는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점차 개선될것이며 중국과의 관계는 김일성 사후, 크게 강화될것으로 보인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95년까지 미국과의 관계가 공식화되면서 급속히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의 관계 역시 식민통치시대의 배상금등을 노려 관계정상화가 가속화되어 95년이전에 수교가 이루어질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핵문제와 군사정책◁ 북한군의 현대화는 경제문제를 고려할 때 몇가지 첨단무기체계를 제외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군사노선은 96년께의 권력승계를 기점으로 서서히 약화될것이지만 통치기반의 확보를 위해 98년까지는 「하나의 조선」을 내세운 대남전술전략이 계속될것이라는 전망이다.
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견은 북한에 대한 서방의 압력과 개방정책으로의 선회, 불가피한 경제현실등 때문에 조만간(93∼95년) 해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한동시사찰을 조건으로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면서도 여전히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핵무기개발을 완료한후 대남비핵화선전을 강화하게 될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남북관계◁ 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대화는 재개될것이다. 이에따라 고위급회담이 이루어지고 95년이전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김일성은 자신의 사망이전에 주석직을 이양, 북한권력의 정통성을 과시하고 김정일체제의 공고화를 도모하기 위해 김정일을 남북한 정상회담의 파트너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핵문제해결과 대화재개 및 확대가 실현되는 상황에서 남북한간의 인적·물적교류는 더욱 증대될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95년이전에 제한된 범위내에서 이산가족의 상봉이 실현되고 96∼98년중 서신왕래등을 포함한 문화 과학 기술등의 교류가 확대될 전망이다.
남한의 대북한투자가 활발해지고 비무장지대에 공동경제지역 설치등이 이루어질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남북통일 가능성과 그 과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으나 그 형태나 중간단계에는 이견을 보였다.
다수의 한반도전문가들은 통일의 원칙과 형태에 관한 남북회담이 96∼98년 사이에 본격화될것이고 99년∼2001년중 남북한이 통일헌법제정을 위해 공동노력할것이며, 2002∼2004년께 정치·경제체제가 통일되고 완전한 민족통일은 2005년께 또는 그 이후가 될것으로 예측했다.
통일형태에 대해서는 남한이 제시하고 있는 통일의 중간단계인 「남북연합」이 99년∼2001년께 수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북한측 주장인 「고려연방제」방식으로의 통일도 같은 시기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보였다.
소수의견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될것이며 이는 한반도에 사상 최악의 사태를 유발하게 될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김명호박사는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체제의 실상과 변화방향에는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으나 한국의 실상과 통일방안 및 정부의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한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반도문제를 최소 15년이상 연구한 전문가만도 23명이나 돼 이번 조사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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