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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 손해” 복지부동(공직사회 이제뛰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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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 손해” 복지부동(공직사회 이제뛰자:2)

입력
199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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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없고 채찍뿐” 불만/돈안받는 대신 업무기피/「외부수당」 말썽겁나 관내순찰도 전화로 서울에서 소규모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38)는 요즘 신축건물의 사용승인이 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이씨는 최근 강북지역에 3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지은뒤 건축물사용허가 신청서류를 관할구청에 제출하면서 예전의 관행대로 두툼한「봉투」를 담당직원에게 건넸다가 그 자리서 거절당했다. 당시 이씨는 『공직사회가 많이 변했구나』하고 내심 놀랐다.

 그러나 올해초만해도 별다른 하자가 없는 경우「봉투」만 동봉하면 2∼3일내에 손에 쥘 수 있던 필증이 보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이씨는 입주예정자들의 성화에 시달리다 못해 필증교부가 늦어지는 이유를 따졌으나 담당직원은 『당분간 봉투는 사절이다. 섣불리 필증을 내줬다가는 문제가 될 수 있어 규정에 따라 현장확인 조사중이다』라는 답변만 했다.

 10여년간 건축업을 해온 이씨는 『내 경험으로는 건축물이 설계도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하는데는 넉넉잡아 이틀이면 충분한데 담당자가 지나치게 몸을 사려 현장출장조차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공직사회에 『법대로 하자』는 말이 유행, 업무처리과정에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원칙과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향은 바람직한 변화로 이해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공직자들이 지나칠 정도로 원칙만 내세워 보신에 급급하다고 말한다. 「봉투」를 받지 않는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미루는「무전무행」 행태가 보편화돼 국민들만 피해를 당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서울강북지역구청 건축과의 A씨(35)는 『지금은 열심히 일할 시기가 아니다』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월급 65만원정도를 받고있는 A씨는 세상이 바뀐 만큼 딴 생각하지 않고 소신껏 업무를 처리하려 해도 일에 손을 대려면 주변의 눈총이 따갑고 조그마한 실수라도 생기면 예외없이 징계등 불이익을 받는 동료들을 빈번히 보아온 터라 「복지부동」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놓았다.

 20여년간 공직생활을 해왔다는 모구청 위생과의 K씨도 『새 정부출범이후 1주일에 2∼3차례씩 새벽3시까지 심야영업업소 단속에 동원되는등 업무량만 크게 늘어나고 처우는 제자리여서 도대체 신이 나지 않는다』며『승진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동료들중에는 일손을 놓은채 거취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안받고 안한다」는 요즘 공직분위기는 담당직원의 재량권이 반영되게 마련인 건축허가 반려건수에서 잘 나타난다. A구청의 경우 반려건수가 지난1월 3건에서 2월에는 21건으로, S구청은 지난해6월 16건에서 올6월에는 20건이나 되는등 대부분의 구청에서 크게 늘어났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의 한 간부는 『지난해까지만해도 「구린돈」때문에 약점이 있는 현장 부하직원들을 다루기가 쉬웠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일을 찾아하기는 커녕 시키면 불평을 늘어놓는 현장 직원들이 많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더하다. 이른바 「외부수당」이 자취를 감춘데다 감사·감찰이 잦아져 꼭 필요한 관내 유흥업소등 순찰을 전화로 대신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이처럼 소극적인 공직분위기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갤럽여론조사결과 경찰은 범죄소탕 1백80일작전등을 전개했으나 국민의 60%는 치안상태가 나아진 게 없다고 답했다.

 이런 질책에 대해 공무원들은 문민정부 출범이후「채찍」만 가해졌을뿐 「당근」은 달라지지 않았고 멀잖은 장래에 뭔가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어 답답하다고 입을 모은다.【김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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