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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교포 서울의 죽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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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교포 서울의 죽음(사설)

입력
199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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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수교 이전에 이미 반갑게 우리앞에 다가선것은 연변의 조선족 동포였다. 이들과 한국의 친족 친지들은 방송전파나 서신으로 애타는 사연을 나누면서 만날 날만을 고대하였다. 수교이전부터 초청방문이 가능해지자 조선족의 고국방문은 밀물처럼 쏟아졌다. 애초엔 순수한 재회의 방문이었으나 한국의 발전상이, 그것도 과장되게 알려지면서 그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몰려 들어왔다. 한중수교후 변한게 있다면 초청에 관광입국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모국에 와서 일만하면 중국에 돌아가 떵떵 거리며 살 수 있다는 꿈과 유혹으로 그들은 막노동이든 무엇이든 일자리를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꿈과 현실엔 괴리가 있게 마련이니, 현실의 벽은 냉혹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체류로 추방의 위험에 떨어야 하고 애써 모은 돈은 벌금으로 내놓아야 하는 고통이 곤혹스러울것이다. 그래서 고국에 온 조선족의 또 한사람이 희생되었다. 출국직전 벌금을 내고 빈털터리 신세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아마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사로잡혔을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있을 수도 있는 우연의 비극일지 모르나 우리도 함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쉽게 감상의 차원에서가 아니다. 같은 동포로서의 통증이며 우리도 그러한 빈곤의 세월을 겪어 온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이다. 결코 남의 일처럼 덤덤하게 넘길 수 없는 불행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으로 달려오는 조선족을 대하는 우리네 상황은 매우 난처하기도 하고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그들의 노동력이 속으로 아쉽지만, 그렇다고 내놓고 불러들일 형편도 아니다. 현실과 법이 그러니 난감할 따름이다. 조선족 동포에게 이러한 모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릴 방법이 없음도 안타깝다. 자칫 모국에서의 불상사가 오해의 불씨가 되어 갈등의 소지나 안될지 하는 우려도 없지않다.

 관광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온 중국인들, 특히 조선족 동포들이 집단으로 숙소를 이탈하거나, 농촌에 시집 온 여성들이 집을 몰래 빠져 나간다는 소식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대로 눈감아 두면 어떤 사회문제로 확산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과 중국의 왕래가 계속 확산되면 이해도 넓어지리라 기대하지만, 조선족방문에 따른 대책이 따로 마련될 시기에 왔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현실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꿈이 크면 실망도 크다. 희망과 현실을 조절할 안목을 키워가야 더 이상의 비극과 불행을 막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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