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10·대우9·삼성한양 8개/31∼50대 그룹선 모두 10개 재벌총수의 친인척이나 그룹 임직원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으면서도 그룹계열사로 정식 편입되지 않고 은폐돼왔던 「위장계열사」가 대거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대규모기업집단 편입대상계열사 조사결과」를 발표, 재벌그룹의 위장계열사로 확인된 기업이 30대그룹 72개사와 31∼50대그룹 10개사등 모두 82개사나 된다고 밝혔다. 그룹별로는 현대그룹이 10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대우그룹 9개, 삼성그룹과 한양그룹이 각각 8개씩이다.
공정위는 30대그룹 위장계열사 가운데 그룹총수와 특수관계인이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는 46개사는 내년4월부터 그룹계열사로 편입시켜 관리하기로 했고 나머지 26개사는 제3자가 30%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정식계열사로는 편입시키지 않되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하여 불공정한 내부거래나 과도한 채무보증여부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31∼50대그룹의 위장계열사(10개)는 내년도 대규모기업집단 신규지정시 참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30대재벌그룹의 계열사수는 현행 5백91개에서 6백37개로 늘어나게 됐다.
계열편입대상 위장계열사 56개사들은 자본금 50억원미만인 기업이 54개에 이를 정도로 중소형회사가 대부분이고 업종도 운송업(13개) 건자재생산등 건설관련업(9개) 도소매및 선물업(9개)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공정위관계자는 『대기업이 직접 경영할 경우 사회적 지탄을 받을만한 중소기업형 업종을 재벌그룹들이 위장계열사로 소유하고 있었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고유업종 침해여부는 상공부가 별도로 조사하여 조치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룹별 위장계열사의 내용을 보면 지난해 대통령선거때 국민당 정주영후보의 정치광고를 맡았던 (주)금강기획과 정세영현대그룹회장의 사위가 소유주로 되어 있는 아폴로산업(자동차부품생산)이 현대그룹의 계열사로 최종 판정났다. 또 삼성그룹은 편의점인 패밀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주)보광을 사실상의 계열사(중점관리대상)로 보유하고 있고 롯데그룹은 (주)하이스타를 통해 주류수입업을 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은 삼희관광 서울교통공사 수원관광 삼희여행사등 여행운수관련 4개회사를 위장계열사로 갖고 있다. 특히 경영불실로 법정관리상태에 있는 한양그룹은 무려 8개에 달하는 위장계열사를 보유한것으로 드러났다.
◎말로만 “통폐합” 뒤론 문어발 확장/「끈」 앞세워 납품독점… 경쟁력저하
▷해 설◁
재벌그룹의 문어발확장은 끝이 없다. 정부의 업종전문화정책이 무색할 정도로 대재벌들이 중소기업이 영위해야 할 업종에 진출해 있다. 그룹마다 「신경제정책」에의 적극적인 동참을 내세워 계열사 통폐합 및 처분계획을 발표했지만 위장계열사가 대거 적발됨으로써 그 진의가 의심스럽게 됐다.
재벌그룹들이 해외시장에서 외국업체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한 채 법망을 교묘히 피해 영세중소기업들이 영위하고 있는 국내시장에 손을 뻗치는 식으로 영토확장을 꾀하고 있는것이다.
업계에서는 재벌총수나 핵심간부의 친인척이 납품을 독점하기 위해 설립된 업체가 무수히 많으며 이번 조사결과는 일부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하고있다.
아폴로산업의 경우 제품전량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금성판매(럭키금성) 삼희관광(한화) 남아화공(대림)등 20개회사가 재벌총수의 친인척소유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을 하기위해서는 품질보다는 「끈」이 우선이라는 말이 다시 증명된 셈이다. 대부분의 위장계열사는 「끈」을 앞세워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경영을 하고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전체의 경쟁력을 떨어 뜨리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위장계열사 문제는 세계경제전쟁의 「전사」로 자처하는 재벌그룹들이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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