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환기 개혁 성공적”/독재정치 언제나 아픔/정치·경제는 동반관계/“과거의 권위주의 정부도 민주주의 열망은 못죽여”□인터뷰=정일화 워싱턴특파원
민주주의 발전은 전환기의 관리가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인이며 한국은 이런 변화의 시기관리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민주주의 지향국들이 한국의 정치발전을 귀중한 모델로 삼으려 하고있다고 미국의 저명한 정치연구소인 전국민주연구소(NDI)의 케네드 월락회장이 말했다. NDI는 김영삼대통령을 「올해의 해리먼 민주주의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22일 김대통령의 워싱턴방문길에 이를 수여할 예정이다. NDI는 한국정치발전의 성공에는 김대통령의 공로가 컸을뿐 아니라 그의 대통령재임이 한국정치발전의 지속적 성공으로 연결될것을 확신하면서 김대통령에게 「해리먼 민주주의상」을 수여키로 결정했다고 월락회장은 말했다. 워싱턴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약간 떨어진 매사추세츠가 1717번지에 위치한 NDI연구소를 찾아 월락회장을 만났다.
김대통령의 워싱턴방문이 지난 20일 백악관에 의해 발표됐고 NDI의 수상자발표는 일주일뒤인 27일에 나왔다. 애버럴 해리먼 민주주의상은 국제적명성이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혹 이번 결정은 정치적인것이 아닌가.
▲그런 오해가 있다면 유감이다. 그러나 27일의 발표는 사실 우리가 이곳 외국특파원들에게 사실을 재인식시키기 위한것이었고 첫발표는 아니었다. 이상은 지난 3월의 NDI 이사회에서 월터 먼데일이사장의 사회로 수상후보자들이 거론돼 최종합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었고 이어 6월 회장인 본인과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 김대통령에게 수상결정소식을 전하고 이를 수락해 줄것을 부탁했다.
당시 수상후보로는 누가 누가 거론됐으며 김대통령이 수상자로 결정된 배경은.
▲NDI이사회는 2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따로 24명으로 구성된 선임자문위원회가 이를 보좌하고 있다. 애버럴 해리먼민주주의상은 NDI의 명예를 대표하는 행사의 하나이기 때문에 극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 투표는 없고 이사회에서 합의가 이뤄질때까지 수상자를 토론하게 돼 있다. 누가 추천돼 낙방됐고 대신 김대통령이 결정됐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다만 이사회에서 김대통령을 후보로 추천했을때 즉각 이 후보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것만 말하겠다.
김대통령이 수상하게된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달라.
▲우리는 김대통령의 야당시절을 잘 안다. 그가 당수로 있던 신민당과는 우리연구소가 80년대에 같이 일한바도 있다. 그는 암울한 시대에 열성적인 민주인사로 일해왔다. 그리고 그는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전환기를 맡아 한국민주발전의 공고화를 뿌리내리는 작업을 하고있는 중이다. 한국의 민주발전에 관해서는 경제발전과 함께 할 얘기가 많지 않은가.
92년도 수상자는 국내부문에서 지미 카터전대통령, 그리고 국제부문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시장 아나톨리 소브차크였으며 91년에는 하벨체코대통령, 89년에는 부토파키스탄총리, 87년에는 알폰신 아르헨티나대통령등이 국제부문에서 수상했다. 매년 국내와 국제, 2개부문으로 나눠수상하는 이 상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기 바란다.
애버럴 해리먼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는 뉴욕주지사로 선출돼 정치를 하게 된 사람이다.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주지사시절을 통해서만 아니라 오랜 외교관생활을 통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국제적노력을 통해서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우리는 1986년이래 그의 가족의 동의를 얻어 해리먼상이라는 이름을 붙여오고 있다. 금년에는 국제부문에서 김대통령, 그리고 국내부문에서 조지 미첼상원민주당원내총무가 이상을 수상하게 됐으며 89년수상자인 폴리하원의장이 시상하게 된다.
한국민주주의발전의 패턴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국민주주의발전사는 지금 우리가 세계 20개국이상에 지원하고 있는 민주발전프로그램의 좋은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이 병행하는 나라라는 것, 그리고 경제발전은 민주발전과 상극적인 관계가 아니며 동반자적인 관계라는 것을 얘기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우울했던 시대를 통과했다. 박정희대통령시대나 전두환대통령시대가 바로 그런 것인데 이 기간동안 경제발전의 기틀을 잡은것도 또한 사실이었다. 한국이 과연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을 동시에 일궈낸 한 모델로 제시될 수 있는가.
▲모든 나라는 그나라 나름대로의 사정과 역사가 있다. 구체적인 사실 하나하나를 들어 한국정치사를 말하지는 않겠다. 분명한것은 한국은 권위주의시대를 통과하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으며 권위주의 정부가 이런 꿈을 절대로 죽일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은 민주주의발전을 더해가는 계기가 됐고 민주발전은 경제발전을 성숙케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귀하는 발전모델로서의 소위 개발독재를 인정하는가.
▲아니다. 정치발전없이는 궁극적으로 경제발전이 안된다고 본다. 시장경제의 성숙여건을 보자. 과거 유고, 체코, 헝가리등 동유럽에서 공산체제를 그대로 두고 경제발전을 유도한 일이 있었다. 시장경제는 국경의 개방, 인구와 사상의 자유로운 이동, 그리고 선택이라는 3대요소에 의해 이뤄지는 것인데 민주체제를 채택하지 않은채 경제발전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던 것이다. 칠레의 경우 피노체트정권은 민주주의는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논리였으나 민주주의가 된 오늘날 경제발전이 한층 빠르다는 것을 알수 있지 않은가.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은 언제나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말인가.
▲아직도 세계의 일부국가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해 민주발전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것은 안된다는 말이다.
귀하는 민주발전의 척도로서 지방자치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지자제 전망에 대해 말해달라.
▲국내문제에 말려들지는 않겠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도 지자제운용에 언제나 말썽이 있어왔다. 민주주의는 말썽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고 그 말썽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해결하는가를 고심하는 사상이다. 지자제 자체가 효율성을 낮춘다든지 지방행정의 재정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논리는 안된다.
김대통령의 민주주의 이행과정을 높이 사 해리먼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설명했는데 실명제실시를 위한 긴급명령권동원, 군인사에서 구정치권의 어떤 모임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척하는것등도 민주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가.
▲독재정권의 정리작업은 그나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아픔이 따를 것이다. 나는 한국내 정치상황을 뭐라고 평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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