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도불변 실망… 인내 한계점/시한설정 북에 협상압박 전략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미·북한간의 줄다리기는 미국측이 강경입장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면서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특히 인내심의 한계를 거론한 린 데이비스 미국무부국제안보담당차관의 10일 발언은 상황의 급박함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데이비스차관은 이날 하원외교위 본회의청문회에서『북한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인내는 이제 바닥이 나고있다』고 말해 조만간 대북한정책의 기조가 협상에서 제재로 선회할것임을 시사했다. 데이비스차관은『북한이 핵무기개발을 포기했다는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는 한 대화를 중단하고 유엔제재로 갈수밖에 없다』고 강경방침에 무게를 더했다.
여기서 유의할점은 이같은 언급이 지난 7일 빌 클린턴대통령이 TV대담에서 밝힌 대북한 강경발언이후 수위를 높여온 미국관리들의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발언은 9일 미·북한간의 실무접촉에서 북한측의 자세를 파악하고 어느정도 검증을 거친 다음 나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9일의 미·북한간 뉴욕실무회담직후 미국무부측은『양측의 3단계회담을 성숙시킬만한 내용이 없다』고 밝혔을 만큼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10일 윈스턴 로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북한의 태도에 아무런 뚜렷한 변화가없다』고 말해 회담결과 아무런 진전이 없음을 확인했다. 거기에 로드차관보가『우리는 현재 인내외교를 하고있다』고 말해 외교적인 노력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일련의 미국측 반응은 9일 협상에 대한 강한 실망감을 반영한다.당초 이날 접촉은 유엔총회의 대북한 결의안채택과 한미안보협의회등 굵직한 파문들을 넘고 그에 따른 교착상태를 거친데다 북한측이 요구해 이루어진 협상인만큼 양측의 입장정리가 어느정도 이루어지리라고 예상됐었다. 기대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여기에 최근 클린턴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국내의 분위기도 강경선회에 한몫한것으로 풀이된다. 온건과 강경이 맞서던 북한에 대한 미국내의 기류가 최근 강경쪽으로 기울고있고 소말리아등지에서의 잇따른 외교정책의 실패로 비난을 받고있는 클린턴으로서는 쉽사리 이런 기류를 역행할수는 없지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클린턴행정부는 대북한정책에서마저 실패하고있다는 평가를 받을수있는 입장에 있지않다는것이다.
또한 오는 19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으로 국제적인 분위기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있다.미국정부는 시애틀 정상회담이후 연쇄적으로 예정된 한미,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북한핵문제를 거론할것임을 밝히고있다. 10일 앞으로 다가온 이 회담은 북한에게 태도표명을 압박하는 국제적인 환경조성으로는 충분하다.
미국무부는 물론 이같은 강경선회방침을 흘리면서도 북한핵문제를 가능하면 유엔에까지 끌고가지않고 북한측의 양보를 끌어내 원만하게 타결지으려는 희망을 버리지않고있다. 데이비스차관과 로드차관보가 동시에 언급한 인내외교가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것으로 이해될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제 이같은 인내의 한계내에서 대북협상을 압박하는 한편 북한핵의 제재시한을 설정하는 양면의 칼로 북한핵을 재단할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북한의 대응여부에 따라 안보리제재냐 협상 진전이냐가 가름날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어느편을 택하든 그 결판의 시기는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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