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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공무원 현장가기 겁낸다/외근업무 앉아서되나(공직사회 이제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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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공무원 현장가기 겁낸다/외근업무 앉아서되나(공직사회 이제뛰자)

입력
199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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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근선호… 아예 낙향자원도/돈생기는 부서 인기도 “옛말” 사정태풍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보신주의풍조가 공무원사회에 만연해 있다. 특히 지도·단속을 주업무로 하는 외근공무원들은 『현장근무를 열심히 했다가는 공연히 눈총만 받거나 사정그물에 걸리기 십상』이라며 사무실에 붙박이로 앉아있거나 내근부서로 옮겨가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때문에 사회곳곳에는 최근 온갖 불법·탈법행위가 횡행하는데도 단속의 손길은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들어 잇달아 터진 구포역열차전복사고와 위도서해훼리호 침몰참사등이 현장 확인행정을 게을리한 결과라는 지적도 공허한 얘기일 뿐이다.

 사정활동과 금융실명제실시 영향으로 한때 찬바람이 불었던 서울 강남의 유흥가는 최근 실명제후유증으로 나타난 「신과소비열풍」으로 손님이 폭주하자 심야변태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거의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양품점을 하는 김모씨(36·여)는 『근래 새벽3∼4시까지 은밀히 심야영업을 일삼는 업소들이 크게 늘었으나 경찰의 단속은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사실을 신고해도 형식적으로 접수만 할뿐 현장에 나와 단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 K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44)는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여름휴가와 추석때등 명절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관할파출소, 경찰서방범과 풍속담당직원, 소방서, 방범원, 세무서원, 구청직원등이 찾아와 손을 벌리곤 했으나 최근에는 손내미는 경우도 단속도 크게 줄었다』며 『지난 추석때 몇군데 인사를 하려 했더니「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조용해지면 달라」며 미성년자 출입여부등 단속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모경찰서 방범과 이모경장(48)은 『공연한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가급적 관내 업소 출입을 삼가고 있다』며 『단속건수를 채우지 못해 애를 먹지만 차라리 그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경장은 또 『솔직히 지금까지 때마다 인사를 받아온 처지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규정대로 단속하기도 난처해 아예 현장에 나가지 않으려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속셈학원을 경영하는 이모씨(31·여)는 『한번은  교육구청에서 단속을 나와 이제는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고 위법사항을 적발하려해 심하게 따졌더니 그 뒤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사유로 올들어서만 1백21명이 징계를 받고 1백50명이 퇴직하는등 사정회오리에 휘말렸던 세무공무원들도 현장실사활동을 기피하기는 마찬가지다. 양도세,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등 각종 세원을 발굴하고 납세자들의 신고세액을 정확히 조사하기 위해서는 외근활동이 필수적이지만 세무부조리 근절을 위해 지난해부터 무분별한 업소방문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데다 사정활동이 강화되자 외근을 꺼려 하고 있다. 서울K세무서 소득세과의 박모씨(38)는 『과거에는 업무처리과정에서 봉투가 더러 생겨 늘 택시를 타고 다니며 외근을 마다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돈을 받다 적발되면 신세를 망치기 때문에 봉투를 거들떠 보지도 않을뿐 아니라 하루 5천원인 출장비 한도내에서만 활동한다』고 털어놓았다.

 공무원들의 현장기피증이 계속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온갖 불법 탈법행위가 음성적으로 만연하고 있다. 서울역과 영등포일대 학원가주변의 만화가게에는 밀반입된 일본음란만화가 범람, 청소년들사이에 공공연하게 읽히고 있으며 한동안 문을 닫았던 무허가전자오락실들도 음란·폭력이 주류를 이루는 최신 오락기를 갖추고 성업중이다. 또 서울 탄천고수부지일대에는 무허가 운전교습이 대낮에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으나 경찰은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대도시주변 그린벨트에는 최근 불법건축물의 증·개축이 성행하고 있다.

 서울모경찰서의 김모경감(46)은 『새 정부들어 과거 이른바 좋은 보직이었 던 교통·방범과 근무기피 경향이 짙어졌다』며 『교통과의 서모경장은 내근부서로의 전근이 여의치 않자 아예 고향근무를 자원해 낙향했다』고 말했다. 세무원들도 전에 없이 내근선호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국세청 인사담당자에 의하면 지난8월 인사를 앞두고 일선세무서보다 본청이나 지방청으로 옮기려는 직원이 늘었으며 외근인 재산세나 법인세, 부가세분야보다 내근인 기획· 총무과등이 인기부서로 등장했다는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중앙부처 이모사무관(30)은 『현장출장을 겁내며 보신위주의 소극적인 행정을 펴는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면서도 『사정이 조속히 끝나고 처우도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윤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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