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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우는 듯… 빗속 적멸/성철 큰스님 영결·다비식 하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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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우는 듯… 빗속 적멸/성철 큰스님 영결·다비식 하던날

입력
199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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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3만송이로 장식 이운차에 실려 도착/해인사주변 인파 몸살… 육성법어에 눈물도 성철 큰스님의 영결식이 열린 10일 가야산일대에는 큰스님의 깊은 뜻을 받들라고 일러주려는 듯 비가 내렸다. 영결식·다비식의 참석자들은 숙연한 자세로 큰스님과의 영결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성철스님의 법구는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상오7시55분 지난 7일동안 안치됐던 퇴설당에서 상좌인 천제스님, 원융스님, 원택스님등 제자들에 의해 문밖으로 이운된뒤 전국 주요선원의 대표급 수좌인 법랍 20년이상의 스님 20명에 의해 5색국화 3만송이로 장식된 이운차에 실렸다. 법구는 이어 1천6백여명의 스님이 두줄로 도열한 대적광전­장경각­범종각을 한 바퀴돌아 영결식장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상오7시부터 발디딜 틈없이 경내를 메운채 독경정진을 계속하던 5만여 신도는 법구가 도착하자 일제히 아미타불경이나 석가모니불을 독송했다. 영결식장에 입장하지 못한 신도들은 상오11시 5차례의 범종타종이 영결식 시작을 알리자 해인사 정문인 일주문밖에 마련된 스피커를 통해 영결식행사를 경청했다.

 ○…상오 7시께부터 석가모니불 독경이 계속되다 11시께 전국 본·말사의 일제 범종타종을 시작으로 영결식이 시작되자 비가 내리는 경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추도묵념행사도중 성철스님의 육성법어가 흘러나오자 신도들 가운데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9일하오부터 전세관광버스나 승용차편으로 몰려든 신도들중 2만여명은 경내에서 밤을 꼬박 새웠으며 일부는 숙소를 잡지 못해 해인사주변 주차장에 세워둔 차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영결식에는 조계종종단 1만여명의 스님중 3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는 큰 불사에도 통상 1천여명이 참석하는것과 비교할 때 드문 일로 받아들여졌다.

 또 태고종 박서봉총무원장, 천태종 전운덕총무원장등 28개 타불교 종단대표들도 참석했으며 주한 버마 스리랑카 인도대사도 보였다.

 ○…영결식과 다비식에 참석한 김종필민자당대표 이기택민주당대표 황명수민자당사무총장 박관용대통령비서실장 이민섭문화체육부장관등 정·관계 인사들은 화합과「큰 정치」를 강조했다. 김대표는 조사에서『스님께서 깨우쳐주신 사랑과 화합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겨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골을 메우고 나아가 남북이 이념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표는 또「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성철스님의 법어를 인용한뒤『81년 온 나라가 어둠에 빠지고 국민들이 분노와 좌절속에 살아가던 그 시절 스님의 법어는 등불과도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기택민주당대표는 상오8시10분께 대구공항에 도착, 승용차편으로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해인사로 가다 해인사인터체인지 전방 10지점부터 길이 막히자 경찰차량의 인도를 받아 반대편차선으로 달렸으나 인터체인지를 벗어난 2지점부터 양방향이 모두 막히자 지나가던 트럭에 수행한 의원들을 태우고 자신은 지프에 편승, 가까스로 해인사에 도착했다.

 반면 이대표보다 늦게 대구에 도착한 김종필민자당대표는 대구공항에서부터 경찰헬기를 이용, 힘들이지 않고 도착해 대조를 이뤘다.

 ○…다비가 계속돼 연꽃모양의 연화대가 타오르기 시작하자 스님·신도들은 합장하고 주위를 돌며 「아미타불」을 독경했다. 서의현총무원장과 원택스님등 상좌들은 다비가 계속되는 동안 금강경 아미타불경등을 독경하며 밤새워 연화대를 지켰다. 주변 산중턱에는 다비모습을 촬영하려는 취재진과 일반 사진작가 4백여명이 진을 친채 열띤 경쟁을 벌였다.【대구·해인사=이기창·이영성·황상진·이동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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