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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연륜의 책잔치/박맹호 민음사 대표(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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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연륜의 책잔치/박맹호 민음사 대표(특별기고)

입력
199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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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에 부쳐 책은 말이 없다. 책의 세계는 한없이 넓고 깊다. 읽는 이의 눈빛과 부딪쳐 소리없이 화음을 낼 뿐이다. 책은 지은이보다도, 만든이보다도, 읽는이보다도 오래오래 남는다. 말많은 사람들도 책 앞에서는 조용하다.

 올해는 책의 해이다. 내 기억으로는 책에 대해서 요즘처럼 많이 거론하는 시절도 드믈었다. 하지만 요란한 행사 뒤끝이 차라리 더욱 허전하고 어수선하듯이 이렇게 많은 행사 뒤의 한 해가 지나고 나면 어떤 반작용이 출판계에 불어 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한국일보사는 올해에도 한국출판문화상을 개최하고있다. 우리 출판계의 현황을 조망하고 살펴보는 이 행사는 1960년 처음 시작된 30여년 연륜의 의미있는 책잔치이다. 말이 쉽게 30여년이지 내가 출판계에 발을 들여 넣고 민음사를 창설하기보다 몇년을 앞서는 세월이다. 

 출판인생30년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출판문화상에 대한 감회가 깊기만 하다. 초기의 출판상은 국학위주가 아니었던가 싶다. 근자에는 편집 기획 장정 번역 아동등의 분야로 확대해 출판의 변화를 적절히 수용한것도 이 상의 앞날을 위해서 퍽 다행한 일이라 생각하고있다.

 나 자신 여러 개의 상을 운영해 보기도 하고 또한 문학 출판에만 전념해왔던 관계로 한국학 분야의 학술서에 상대적 비중이 컸던 이 상이 너무나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나에게도 기회는 왔다. 김태준의 「홍대용 평전」이 87년도 저작상을 받은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우리 출판사가 펴낸 노명식의 「자유주의 원리와 역사」 차인석의 「사회의 철학」 등이 연거푸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출판사정을 점검하며 정신없이 바쁘게 뛰다 보면 어느새 한해가 저물게 마련이다. 이 상의 마감일자는 이러한 시기와 제대로 맞물려 있어 나는 이 상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한해를 마무리하고 오는 해를 설계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편 이 상의 운영과 관련해 한가지 제안을 한다면 앞으로는 분야를 좀더 세분화시키고 각 분야별로 대상을 주었으면 하는것이다. 이때 상의 명칭도 각분야의 그 분야에 걸맞는것을 채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해당분야가 좀더 효과적으로 일반인에게 인식케 되는 한 방편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수상작이 그 분야에서 권위를 획득한다면 이는 다른 필자를 자극하여 더 많은 결실을 보게 할것이다.

 출판의 중요성을 너나없이 강조만 하였지 실제로 이렇다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일보사는 34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한국출판문화상을 운영해 왔다. 출판계를 점검하고 출판의욕을 북돋우는 이 행사는 우리 사회가 가진 문화적 역량의 한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무쪼록 이 상이 해마다 내실있는 상으로 그 권위와 영향력이 더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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