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먼저제의… “대미협상에 미련”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등의 국제관계가 정체된 국면을 맞고있는 가운데 뉴욕에서 미·북간의 제5차막후접촉이 지난 9일 북한측의 제의로 개최됐다.북한의 이번 대미접촉요청은 지난달 27일 미국과의 제4차 막후접촉과 지난 1일 유엔총회의 결의안 채택이후 스스로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해놓고있다가 이번에 협상재개의사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1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이번 접촉은 미·북간 3단계고위급회담의 성사를 위한 실무차원의 접촉이며 북한의 요청으로 이뤄진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북한이 강한 입장을 갖고나와 미국의 반응을 떠보려고했는지,혹은 누그러진 태도로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북한이 미·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에 미련을 갖고 있는 점은 미국이 스스로「시한」의 문제를 아직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이번 접촉에서 북한은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파악하려 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최근 매클리국무부대변인을 통해『북한핵문제에 대한 해결의 시한이 설정돼있다』고 밝히면서도『기술적시한의 여유는 아직도 남아있다』고 말했다.또 한스 블릭스IAEA사무총장은『북한핵에 대한 감시의 연속성이 다소의 손상은 받고있지만 완전히 깨어진 상태는 아니다』고 언급한 바가 있으며 이에 대해 미국은 감시의 연속성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한스 블릭스총장에게 일임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있다고 발표했던것이다.
그러던중 미·북3단계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인 남북대화가 지난4일 북한의 일방적조치로 유보되었고,북한과 IAEA간에 진행중이던 핵시설감시용 카메라의 필름과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한 협상이 결렬돼버리자 미국내에서는 대북강경론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으며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도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번의 미·북 뉴욕접촉이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제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우리정부의 관심을 끌고있는 것이다.정부는 우선 북한의 이같은 제스처를 긍정적으로 보고있다.협상제의 자체가 협상의 연속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협상이라는 테이블을 놓치게 될 경우 국내적으로도 지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오는 23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은 이 문제와 관련,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의 뉴욕접촉을 북한의 무의미한 제스처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부의 또다른 당국자는『이번 접촉은 단순한 실무접촉으로 정책차원의 변화는 있을 수 없을것』이라며『우리는 물론 미국으로서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대화의 문이 닫혀있지 않다는 시사외의 의미는 없다』면서『조속한 시일내에 북한측의 「정책변화」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유엔안보리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북한은 이번의 뉴욕접촉에서 스스로의 의사결정 시한이 어느정도 남았는지를 확인했을 것이란 점에서 최소한의 의미는 있다고 볼 수 있다.오는 15일로 예정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끝나면 19일부터 시작되는 한중등 APEC지도자간 양자회담, 23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등 북한핵문제에 대한 마무리 작업들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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