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북한핵에 관련된 우리측의 대북전략과 외교정책이 아리송하고 무기력하게 비쳐진적이 없을듯하다. 이는 국제공의에 정면도전하는 북한의 완강한 핵사찰거부와 이에 따른 미국내에서의 무력응징논의 대두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국민이 불안해하는데도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대통령이 안보장관회의를 주재, 북한의 최근 동향이 심상치않으나 군사적행동을 할 가능성은 없는것으로 분석하고 북핵은 반드시 저지해야하며 불의의 사태에 만반의 대비를 할것을 내각에 지시한것은 다행한 일이라하겠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처지에서 볼때 정부의 대응자세에는 아쉬움이 크다. 즉 북한의 완강한 사찰거부와 일전불사식 공갈, 그리고 미국내의 강경론등으로 한반도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북핵에 대한 정부의 기본원칙과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난주 유엔총회가 대북사찰수용촉구결의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을 때 정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에 사찰수용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핵투명성이 입증될 경우 식량과 유류지원을 포함한 경제협력방안및 미·북한간의 일정수준의 관계정상화에도 동의한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북성명등을 통해 북한이 끝내 IAEA의 특별사찰등을 외면할 경우 우리나름대로 기다릴 수 있는 시한을 설정, 제시해야 할것이다. 또한 시한을 넘길 경우 유엔안보리의 경제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확고하게 천명해두어야 할것이다.
그동안 계속되어온 미국·북한간 비밀협상의 내용만해도 그렇다. 우리정부가 미국측으로부터 얼마나 정확하게 그 내용을 빠짐없이 통보받고 있는가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전통적인 우방」이기에 협상의 모든것을 협의·전달해줄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둬야 옳을는지 모른다. 사찰과 수교를 한데 묶는 「일괄타결」방식의 해결모색이 파다한 가운데 3단계회담을 위한 비밀협상이 순항하는듯하다가 느닷없이 무력응징논과 맞대응 위협등 마치 격돌전야 같은 공방으로 치달아 불안감을 안겨주고, 그러는 사이에 다시 뉴욕에서는 미국·북한간의 비밀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전개의 진의는 무엇이며, 우리정부는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는것이다.
북핵해결이 참으로 어렵다는것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럴수록 정부는 정부의 기본입장과 전략은 물론 대북교섭내용과 미국·북한간의 협상경위등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려, 이야말로 국민적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대북문제에 자신있게 임해야한다. 특히 북핵은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우리 민족전체의 문제이며 장차 그 협상의 해결방향에 따라 그 영향이 우리에게 직접 미치게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렇기때문에 정부는 무력응징이나 군사충돌이 절대적으로 아닌, 확고한 해결원칙과 장차 우리측이 맡아 수행해야할 실행몫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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