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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 깨우치는 불사/황상진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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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 깨우치는 불사/황상진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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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스님의 육신은 이제 이승에 없다. 혼은 지난4일 입적때 떠났고 육신도 10일 한줌의 재로 사라졌다. 장례가 끝난 해인사는 적막에 싸여 있다. 큰스님의 입적후 해인사에는 수많은 추모인파가 몰렸다. 모두 염주를 돌리며 가신 이를 기렸다. 눈물 흘리는 노신도도 있었다. 성철스님이 속세에 남긴 크고 긴 그림자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모습들이었다.

 이와 달리 스님들은 아무도 일반인들처럼 소리내 슬퍼하지는 않았다. 열반은 속세의 온갖 번뇌로부터의 해탈이요, 나고 죽음이 없는 진정한 근본으로 돌아가는것이라는 불가의 생사관 때문이리라.

 하지만 스님이 속세의 연을 훌훌 털고 떠난 지난 7일간, 속인들은 아무래도 세속적인 관심을 버리지 못했다. 입적 직후부터 사리가 과연 몇개나 나올까를 놓고 설왕설래했고 사리의 생성원인에 대한 구구한 해석이 끊이지 않았다. 성철스님이 정말 듣던대로 장좌불와를 오래한 고승인가를 사리를 통해 확인해야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스님의 학력, 출가전 부인과 딸의 인생역정에 대한 천박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팔만대장경의 서울나들이와 입적을 연결시키기까지 했다.

 또 산사에서 내려다본 세상사는 어떠했는가.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공전시켜가며 아웅다웅거리다가 너도나도 조사를 하겠다며 해인사로 몰려들었다. 재물을 탐내 생명을 빼앗고 남을 속이며, 권세를 이용해 약한 자를 억누르고, 남을 질시하고 이간질하는 일들이 여전히 계속됐다. 고승이 열반하자 갑자기 팔리지도 않던 불서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마저 들리고 있다.

 세속의 명리에서 초탈해 꼿꼿한 구도자적 자세로 불자들의 추앙을 한몸에 받았던 성철스님조차 열반송에서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보다 높다』고 자성하며 참회하는 듯한 말을 남겼는데도.

 성철스님의 다비의식이 단순한 흥미나 구경거리로 그쳐서는 안된다. 스님도 이 다비의식이 뭇중생들에게 허상의 껍질을 태워 없애는 불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것이다.【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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