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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국립대학?(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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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국립대학?(1000자 춘추)

입력
199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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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일전 TV뉴스에 이런 보도가 있었던것으로 기억된다. 교육당국이 해외 장학금을 대폭 증액하여 보다 많은 국비유학생을 해외로 보낼 계획이라는것이다. 그리하여 실질적으로 해외에 또 하나의 국립대학을 설립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것이다. 이 무슨 기이한 발상인가. 요즘 미국의 웬만한 대학치고 수백명 규모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없는 곳이 없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총장들이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심지어는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궁핍하고도 절망적 상황속에서 우리는 선진적 모형을 모방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저개발 상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대학은 밖으로부터 지식을 수입하여 학생들에게 전달만 하면 되었다. 보다 우수한 학생들은 외국으로 보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지식과 가치를 습득해 오는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개화기에서 개발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유학생들의 역할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을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한때 모방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여러 나라들과 이제 여러 분야에서 경쟁적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이들이 줄수 있는 영감이나 교훈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의 모델이 되어 왔던 서구의 팽창주의적 산업문명은 정체와 쇠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속화되기 시작한 민족 중흥의 동력이 좌절되어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지식과 가치의 창출이 요청되는 시점에 우리는 와 있다.

 대학은 물론 직업을 위한 교육도 해야 하고 입신 출세를 위한 관문의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의 궁극적이고 고전적 역할은 그 사회의 존재 이유가 되고 그 사회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지식과 가치를 창출해 내는데 있다. 해외에 또 하나의 국립대학을 세운다는것은 모방시대의 발상이다. 그러한 발상으로는 영원한 이등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대학들이 지식과 가치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해낼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김려수·서울대철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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