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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전은 이제 그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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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전은 이제 그만(사설)

입력
199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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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국회가 문을 연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다. 회기가 모두 1백일간이니까 40일도 채 안남은 셈이다. 그동안 국회는 무엇을했는가. 국정감사와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모두 마치지 않았느냐고 당당하게답변할지도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일에 불과하다. 행정부를 상대로 비판하고 추궁하는 일방적인 행사와 다름없다는것이다.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의 의미를 격하시키려는 뜻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 더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손도 안댄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것이다. 그런데도 회기는 이미 3분의2가 지나갔다. 아까운 시간이 어느덧 훌쩍 지나가버린것이다. 이제 12월2일까지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야하고 18일이면 폐막이다.

 이처럼 시간이 촉박하게 되었는데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할 중요안건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협상조차 착수하지 못하고있다. 국회운영이 이렇게 차질을 빚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야가 모두 대화와 절충의 묘를 살리지못해 걸핏하면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9월 개막과 동시에 국회를 공전시켰던 이들은 대정부질문이 끝난뒤 지난4일부터 다시 허송세월하고 있다. 다음 일정인 상임위원회 활동부터 교착에 빠져 1주일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것이다.

 여야모두에게 책임이 돌아가는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야당쪽이 더 잘못한것같다. 김대중씨 납치사건까지 덧붙여 12·12사태, 평화의 댐등 과거청산 작업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얘기이다. 예산안이 무슨죄가 있다고 과거사와 연계시켰는지 그 발상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이기택민주당대표는 국회연설에서 과거보다 미래지향의 책임야당이 되겠다고 선언해서 여론의 박수를 받지않았는가. 이대표가 천명한 진로는 어디가고 과거사만 붙잡고 늘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민생경제를 담고있는 예산안 심의는 뒤로 미루다가 졸속 심의해도 좋다는 말인가.

 그리고 과거청산작업과 예산심의는 상치되는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함께 병행심의할 수 있는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과거청산이 목적인지, 국회 공전이 목적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예산 국회에서 예산안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있을 수 있는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마침내 민주당도 예산안과의 연계를 푸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어지는것 같아 불행중 다행이다. 그러나 당내 지도력 불족으로 언제 어떻게 뒤집혀질지 모르는게 오늘날의 민주당 집안사정이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전에 하루속히 중심을 잡아 국회운영을 정상화시켜줄것을 당부한다.

 이번 국회는 새해예산이외에도 정치관계법등을 비롯해 중요한 개혁립법들을 처리해야할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막판에 가서 졸속운영심의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한다. 그러기에는 벌써 때가 지난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서두르면 크게 늦지는 않을것이다. 공전상태가 더이상 길어지면 너무 늦어진다는 사실을 여야가 다같이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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